
애플은 새로운 미국 제조 프로그램을 통해 코닝과 같은 미국 공급업체와 협력하여 미국 제조를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애플]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애플이 대만 TSMC에 편중된 칩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내 자급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텔 및 삼성전자와 차세대 프로세서 생산을 위한 탐색적 논의를 진행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복수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기기에 탑재되는 메인 프로세서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해 인텔 및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을 위한 초기 단계 논의를 가졌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핵심 칩인 시스템온칩(SoC) 생산을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으나,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구축 붐과 맥 수요 증가로 인한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되자 제2의 선택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평소보다 공급망의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라며 칩 공급 부족이 성장을 제약하고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애플 임원진은 인텔의 칩 제조 서비스 활용을 위해 립부 탄(Lip-Bu Tan) 인텔 CEO 측과 예비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첨단 공정 도입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공장도 직접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핵심 부품에 대해 최소 2개 이상의 공급처를 확보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공급 중단 위험에 대비하는 전략을 선호해 왔다. 특히 대만 내 생산 비중이 60%를 넘는 현재의 구조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판단하에 미국 애리조나주 TSMC 공장에서 2026년까지 1억 개의 칩을 공급받기로 했으나, 이는 전체 물량의 일부에 불과해 추가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텔과 삼성전자가 실제 수주로 이어지기까지는 기술적 신뢰도라는 문턱이 남아 있다. 애플은 TSMC가 아닌 다른 공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품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번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주문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텔은 립부 탄 CEO 체제 아래 파운드리 사업 재건을 위해 외부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사의 보증이 절실한 입장이다.
애플이 과거 맥 프로세서를 설계했던 인텔, 그리고 초기 아이폰 칩 생산 파트너였던 삼성전자와 다시 손을 잡으려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정무적 판단도 깔려 있다. 백악관이 국가적 챔피언으로 밀어주고 있는 인텔과의 파트너십은 향후 대미 정책 대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의는 단순한 부품 수급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위기 관리와 차세대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애플의 복합적인 계산이 깔린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TSMC의 독보적인 수율과 공정 경쟁력에 가려졌던 리스크가 AI 특수로 인한 공급난으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인텔에게는 파운드리 재건의 결정적 기회가, 삼성전자에게는 기술 신뢰도를 입증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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