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뉴스

[사설] 소액주주 사외이사 추천제 확대해 '거수기 사외이사제' 개선해야

반대 1%도 안 되는 사외이사제 20년 이상 방치, 경영진 견제·감시 유명무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한 뒤 사실상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5월 15일 의장 임기 종류 후에도 일정 기간 이사로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면서 “조용한 역할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의장직 임기가 끝나는데 무슨 말인 지 궁금해 할 수 있지만 2028년 1월까지는 이사직에는 남을 수 있게 돼 있다.

그는 "연준이 정치적 고려 없이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연준 독립성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의혹과 관련한 법무부 수사로 독립성이 흔들리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적절한 비교인 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외환 위기를 겪은 이후인 1998년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20년 이상 거수기·방패막이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상위 11개 그룹 소속 상장사 122곳은 2024년 한 해 총 1222차례 이사회를 열어 안건 3575건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횟수는 6개 안건, 18차례에 그쳐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은 99.8%였다. 반대표도 경영진과 반대 입장에서 표결한 경우는 3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경영진이 안건을 부결시키는 경우에 함께 행사했다.

전체 사외이사 449명 가운데 이사회에서 한 차례라도 독립적인 입장을 표명한 사외이사는 3명(0.67%)에 그쳤다고 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게 우리나라 사외이사제의 현 주소다.

사외이사의 대부분은 판·검사를 지낸 변호사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 등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들로 포진해 있다.

경영진을 적극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대정부 창구 역할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사외이사들의 연봉은 기업에 따라 다양하지만 억대 연봉을 주는 곳도 적지 않다. 평균 1억원 시대가 곧 열릴 것 같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에 따르면 2024∼2025년 시총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비교 가능한 87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외이사 1인당 평균 급여는 9122만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8799만원보다 323만원(3.7%) 증가했다.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사외이사의 처우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사외이사들이 단순한 거수기 역할을 넘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해 7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사외이사의 명칭은 '독립이사'로 바뀌게 돼 있다. 상장회사의 독립이사 비율도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조정된다.

사외이사를 늘려 회사 경영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하는데,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은 회장의 연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때 회장의 연임 관행과 관련, '부패한 이너써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이 달 안에 대책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이사회 의사록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공시 강화 등을 통해 이사회 독립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경영 이해도가 높은 인물들을 선임해야 한다.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고르는 구조로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일정 지분 이상인 소액주주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는 기업도 있긴 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방식을 도입했으면 한다. 사외이사의 고정급여 체계를 바꿔 성과 연동을 가미하는 등 혁신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사외이사 제도를 없애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그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경영진 편을 들 수 밖에 없는 현행 사외이사제를 방치해서는 기업이나 주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