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 [ⓒ쿠팡]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쿠팡 동일인(총수) 지정의 결정적 변수는 누구였을까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의 중심에는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아닌, 동생 김유석(유킴) 부사장이 있습니다. 그가 실제 경영에 관여한 ‘내부 핵심 인물’로 판단되면서 쿠팡 지배구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인데요.
실제로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생인 김 부사장이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링크드인에 올린 정보에 따르면 그는 약 12년 가까이 쿠팡에 재직했습니다. 그는 프로젝트 매니저(PM)부터 시작해 ▲제품 책임자 ▲패키징 부문 책임자 ▲운영 혁신 디렉터를 거쳐 현재는 ‘글로벌 운영 혁신 총괄(Head of Global Operational Excellence)’을 맡고 있습니다.
이는 쿠팡의 물류 효율화와 프로세스 개선을 전반적으로 지휘하는 자리입니다. 오너 일가인 김 부사장이 쿠팡 물류·운영 체계를 설계해온 내부 성장형 임원, 즉 ‘경영 실세’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특히 미국 UCLA 출신인 그는 글로벌 시각을 바탕으로 쿠팡의 운영 체계 고도화에 관여해온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의 커리어는 쿠팡의 성장 궤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로켓배송 확대와 물류센터 고도화, 운영 효율 개선이 본격화된 시기에 핵심 역할을 맡으며 단계적으로 승진해왔죠.

[사진=김유석 쿠팡 글로벌 운영 혁신 총괄(부사장) 링크드인 갈무리]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을 쿠팡의 ‘오퍼레이션 브레인’ 중 한 명으로 봅니다. 물류와 배송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산업 특성상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은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력은 최근 공정위 동일인 지정 이슈와 맞물리며 더 큰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지난달 29일 공정위는 그간 쿠팡 법인으로 돼 있던 쿠팡의 동일인을 자연인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 지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으로 지정된 지 5년 만이죠. 김 의장이 5년 만에 지정된 데에는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이번 판단에서 형식적인 직함보다 ‘실질적인 경영 참여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봤다고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김 부사장이 쿠팡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해 온 정황이 확인됐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공정위는 현장조사를 통해 김 부사장이 회사 내부에서 대표이사급에 준하는 최상위 등급의 권한을 가진 인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대표이사보다 높은 수준의 내부 등급에 위치한 사례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수 체계 역시 판단 근거로 활용됐습니다. 김 부사장은 스톡옵션(RSU)을 포함한 보수 수준이 등기임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됐으며, 이는 단순 실무자가 아닌 경영 핵심 인력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정위는 김 부사장이 물류 운영과 배송 정책 등 쿠팡 핵심 사업 영역에서 회의를 주도하고 계열사 경영진을 점검하거나 방향성을 설정하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리핑 현장에서 기업집단감시국장은 “(행정)소송이나 이런 부분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지만 공정위가 추상적으로 경영 참여 여부를 판단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공정위는 이러한 요소를 종합해 김 부사장이 ‘친족 재직’ 수준을 넘어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가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이 더 이상 충족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것이죠. 공정위는 “(김 부사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사익편취 우려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 본사 [사진=연합뉴스]
다만 쿠팡 측은 이러한 판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선 쿠팡은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동일인 지정의 적법성과 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법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쿠팡은 미국 상장사로서 이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공시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 동일인 지정이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 보호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사우디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이나 한국GM 사례를 거론하며, 특정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유석 부사장에 대해서도 쿠팡은 ‘본사 파견 인력’일 뿐이며,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쿠팡 사례가 다른 기업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공정위는 “아람코는 국영기업으로 특정 개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없고, 한국GM 역시 지배 주체가 분산돼 있어 자연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쿠팡과의 차이를 분명히 했습니다.
또 ‘이중 규제’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습니다. 공정위는 미국 증권 규제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것으로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공정위는 이번 판단이 형식이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판단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현장조사와 내부 자료를 통해 실제 경영 영향력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김유석 부사장은 오너 일가이면서도 동시에 쿠팡 운영 체계를 키워온 핵심 실무 책임자라는 이중적 위치에 서게 됐습니다. 이 점이 향후 규제 판단과 기업 지배구조 논의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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