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연금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생산적인 개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적자가 나면 세금으로 보전하게 돼 있는 구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있지만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이나 사학, 군인연금은 한 번도 언급조차 못했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연금은 국민 세금에 의존하는 구조인데다 해마다 역대급 혈세를 투입하고 있는데도 개혁 논의가 2순위로 밀려 있다.
연금개혁특위 활동 시한은 올 연말까지인 만큼 공무원연금도 반드시 제도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공단 산하 연금연구소의 '공무원연금 장기 재정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금은 2019년 2조 563억원이었으나 2024년 7조 4712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8조 6798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적자 규모는 빠른 속도로 증가해 4년 뒤인 2030년에는 10조 7584억원으로 10조원 시대에 들어서고, 2065년에는 23조 85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공무원연금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무원연금은 유지하기 어려워 진다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영향도 크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반면 퇴직해서 연금을 받는 사람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15만 46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31만 1429명)에 30만명을 돌파했고, 2015년(42만 6068명)에는 40만명, 2018년(50만 6550명)에는 50만명, 2022년(62만 9208명)에는 60만명을 각각 돌파했다.
2024년에는 공무원연금 가입자 129만 2545명에 수급자는 69만 5732명으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연금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2대 1 수준으로 좁혀졌다.
공무원연금은 평균 수명이 52세였던 1960년에 우수한 인력을 국가가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당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60세였으나 2년 뒤 20년 이상 재직으로 조정했다가 1993년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1995년에 연금 개혁을 통해 다시 60세로 되돌렸다.
2000년에는 국가부담률을 9%로 상향 조정하는 등 공무원연금은 제도 도입 이후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5년까지 4차례 손질한 이후 10년 이상 개혁이 멈춰 있다.
제도를 손질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는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만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보험요율 조정으로 내는 돈은 많아지는데 기성세대에 비해 늦게 받고 덜 받는다면 수긍할 가입자가 얼마나 될까. 개혁에 저항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도 선거에서 청년층의 표심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개혁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나 연금을 받는 나이 등을 조정하는 선에 머물지 말고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연금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연금 지급 시기를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늦추기로 하면서 2022년에는 퇴직 공무원들이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정년 60세와 연금 수령 시점 간 소득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공무원 정년 연장 문제와 연계해 논의할 필요도 있다. 그럴 경우 공무원 임금 체계도 조정해 청년들의 공직 채용이 줄어들지 않게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연금을 받고 있는 기성세대가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퇴직 이후 소득 규모에 따라 연금의 일부 감액 또는 전액 정지 제도가 있는데, 기준을 강화해 연금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에 비해서는 사정이 좋은 편이다. 보건복지부가 29일 국회 연금개혁특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4.4%로 가정할 때 국민연금은 2048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됐다.
공무원연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에 비해 가성비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들이 연금을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내는 돈이 훨씬 많고, 받는 연금도 퇴직금까지 합해 계산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연금액이 전체 재직 기간 평균 소득에 비례해 결정되는 구조이고, 공무원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2023년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34.3%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낮은 급여 수준 때문'이 51.2%로 가장 높았다.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4년 2월 국민연금을 신·구연금으로 분리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기성 세대만 이득을 보고 청년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였다.
공무원연금도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위해 공무원 임용 시점에 따라 신·구 공무원으로 나누고 연금 시스템을 달리 적용하는 이원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특정 임용 시점을 기준으로 국민연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환해 가는 방식이다.
일본은 공무원연금을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라 할 후생연금에 통합했다. 공무원들도 일반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후생연금을 받고 있어서 연금을 비교하는 소모적 논쟁을 할 여지가 없어졌다.

오승호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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