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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영 칼럼] 원화 약세 지속, 그 진단과 처방전

챗GPT로 생성한 AI 이미지입니다.

모든 경제의 주체들이 환율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 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과 글로벌 자본의 흐름이 맞물려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 나라의 경제를 진단하는 청진기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환율을 볼 때는 단기적인 오르내림보다, 그 뒤에 있는 구조적 흐름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환율은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쳐왔는가, 그리고 원화 가치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진단과 해법을 짚어본다.

지난 10여 년 간 원화는 분명한 약세 흐름을 보여왔다. 2014년 1,000원 초반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2026년 현재 1,500원을 넘나들고 있다. 12년 만에 환율이 50% 정도 상승하면서 원화 가치가 30% 넘게 하락한 셈이다. 이를 단순한 변동이라기보다 하나의 방향성을 가진 흐름이라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이 흐름의 출발점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마무리하고 금리 인상 국면에 들어서면서 달러는 구조적인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원화 환율은 1,100원 대에서 움직이다가 2020년대 들어 1,300원, 1,400원 대로 점차 올라왔다. 겉으로는 완만해 보이지만, 그 밑에서는 경제 구조의 변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성장성의 변화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초반 3.5~3.8% 수준에서 지금은 2% 안팎으로 낮아졌고, 앞으로는 1%대 진입도 예상된다. 이는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와 생산성 둔화, 산업 경쟁력 변화가 누적된 결과다.

결국 통화의 가치는 그 나라 경제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금리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2022년 이후 이어진 한미 금리 역전은 자본 이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50%, 미국 연준 기준금리는 3.50~3.75% 수준으로 양국 간에 100~125bp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것은 순리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 격차가 쉽게 줄어들 것 같지도 않다.

자본 흐름의 구조적 변화도 눈에 띈다. 한국은 여전히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동시에 상당한 규모의 자본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지난 2024년의 경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약 990억 달러였지만, 같은 기간 금융계정에서 약 1,030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다. 직접투자 순유출이 약 543억 달러, 증권투자 순유출이 약 487억 달러를 차지했다.

기업의 해외 투자뿐 아니라 개인과 기관의 해외 자산 투자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무역으로 벌어들인 외화가 다시 해외로 투자되는 구조가 점차 고착화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한국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순대외자산을 보유한 나라다. 2025년 9월 말 기준으로 1조 1,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의 도래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원화 약세는 위기라기보다 경제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흐름에 가깝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자본이 해외로 향하는 속도에 비해 들어오는 자본이 충분하지 않다면, 환율에는 계속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흐름 자체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원화 약세를 단순한 위기로 보기보다는, 구조적 변화의 흐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과제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원화의 약세가 일본 엔화를 제외한 주요 아시아 통화 (위안화·대만달러·싱가포르달러) 대비로도 명확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글로벌 강달러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해법은 환율 자체를 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자본이 다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본시장의 선진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투자 매력도 제고와 같은 변화된 요소들이 쌓일 때 비로소 균형이 맞춰질 수 있다. 동시에 다각화 된 통화스왑 체결 등 국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해 외부 충격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붙잡으려 하기보다, 환율이 다소 약세를 보이더라도 경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자본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통화의 힘은 정책보다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윤두영 아틀라스 어드바이저스 이사

윤두영 이사(사진)는 대우증권 런던 현지법인을 거쳐 대우증권 국제조사부장,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포춘코리아 글로벌 기업연구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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