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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적 김범석 쿠팡 동일인 첫 지정…40년 만의 선례, 빅테크 확대되나

美 CEO ‘총수’ 첫 지정…글로벌 빅테크 규제 확대, 투자 변수로?

[사진=쿠팡]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미국 상장사인 쿠팡의 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 제도 도입 40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로 지정됐다. 한국 대기업에 적용하던 동일인 제도가 미국 증권 규제를 받는 기업에 적용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에 대한 동일인·특수관계자 규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제와 충돌하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시에 첫 미국 기업 지정 선례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 위축 가능성과 함께 국내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자산 5조원을 넘으면 동일인으로 오너가 지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투자해 자산 5조원 넘는 빅테크도 ‘총수’ 가능성=이번 지정은 미국 기업이라 하더라도 국내 자산이 5조원을 넘는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될 경우 오너가 동일인으로 지정돼 각종 신고 및 자료 제출 의무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그동안 에쓰오일이나 한국지엠 등 자산 5조원 이상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는 동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왔으나,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한국 내 미국 기업 동일인 지정의 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애플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테슬라코리아 ▲메타코리아 ▲넷플릭스 등은 자산 5조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향후 투자 확대에 따라 규모가 커질 경우 동일인 지정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 리드 헤이스팅스, 일론 머스크 등 창업자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의 경우 동일인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계에서는 동일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도 국내 투자로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기면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냐”는 반응도 제기된다.

이들 미국 상장 기업들은 오너뿐 아니라 이사회 멤버와 친족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지분과 보수 등을 공시하고 있어 추가 규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의 동일인 제도가 미국 기업에 적용될 경우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향후 다른 해외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미국 문제 안 삼을 것”…바이든 정부서도 “미국인 총수 지정 반대”=이날 공정위는 “미국 SEC 공시 규정은 투자자 대상이고, 한국 공정위는 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이기에 이중규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미국 투자자나 정부 입장에서 어떤 입장 보일지도 관건이다.

또 이날 공정위는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통상 마찰이 불거질 우려에 “동일인 지정은 시행령상 요건과 동일인 판단지침에 따라서 지정한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공정위)의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서 미국에서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거 미국 정부가 외국인을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전례가 있는 만큼 통상 마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정부 시절 미국 상무부는 2022년 4월 한미정상회담 준비 실무회의에서 외국인을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미국인은 총수로 지정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시행령 개정을 보류한 바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는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나는지 검토가 필요하며,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미 FTA의 최혜국 대우 조항은 국적을 근거로 외국 투자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당시 공정위 김재신 부위원장은 “예를 들어 ‘아마존코리아가 자산총액 5조원을 넘었다면 이를 지배하는 자는 제프 베이조스가 분명하고, ‘페이스북코리아’라면 마크 저커버그가 지배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들을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으로 지정해 국내법상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형사제재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외부 인사 중심 미국 이사회도 ‘동일인 규제’ 적용 가능성=쿠팡 이사회에 속한 주요 미국 기업 CEO 출신 이사들 역시 ‘동일인 관련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이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 또한 쿠팡 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쿠팡 이사회에는 아샤 샤르마, 페드로 프란체스키 등 주요 인사와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될 경우 특수관계인들은 보유 지분 등을 공시해야 하며,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회사와 관련된 개인 회사까지 계열사로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신고 누락 시 동일인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롯데그룹은 과거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사외이사가 소유한 회사인 다음소프트를 계열사 현황에 포함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이거나 동일인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계열사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사외이사와 감사 등도 동일인 관련자 범위에 포함돼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울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며, 반대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외교·통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을 따르는 미국 상장기업의 이사회 구조는 국내와 차이가 있다. 한국 상장사의 경우 자산 규모 등에 따라 이사 총수의 일정 비율 이상 또는 최소 인원의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고 있어 사내이사가 이사회를 주도할 수 있다.

반면 미국 상장사는 과반 이상이 사외이사(독립이사)로 구성돼야 하며,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감사위원회·보수위원회·지배구조위원회 역시 대부분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 이사회는 CEO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부 인사로 구성돼 있고, 이들이 동일인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광범위한 공시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쓰오일 사례…외국인 동일인 기준 모호성 논란=외국계 기업의 동일인 지정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에쓰오일의 경우 해외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상단 소유자는 무함마드 빈 살만 등 왕실 인사로 알려져 있다. 빈 살만은 별도로 비영리 재단을 통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동일인을 법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지정할 경우 기업집단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동일인 제도를 글로벌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인의 정의가 ‘기업집단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규정돼 있지만, 왕실이나 정부를 제외하는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왕족과 기업 CEO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지만, 실질적 지배력 기준에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왕실이나 국영기업 등을 동일인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어 관행에 따라 적용돼 왔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외국 기업을 동일인 규제로 묶어 국내 사법 체계로 관리하는 것이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과거 공정위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023년 “쿠팡은 국내에 개인회사나 친족회사가 없어 동일인을 김범석으로 지정하든 법인으로 지정하든 규제 효과는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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