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봉지 라면 제품 모습.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식품업계가 비상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면서, 비닐·필름·페트(PET) 용기 등 포장재 원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최근 “포장재 원료 수급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에 공동 건의문을 제출했다.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공급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신호다.
사실 이 같은 위기는 낯설지 않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LNG와 나프타 가격 급등은 곧바로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 가격을 7~8% 올렸고, 농심·삼양식품·빙그레 등 주요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이 최대 50%까지 올랐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호소한다. 결국 가격 인상 압박은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나프타 기반 포장재 의존도가 높은 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곧바로 원가 불안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변화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CJ제일제당은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 적용을 확대하고 있고, 롯데칠성음료는 재생 플라스틱과 경량화 기술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보조적 대응’ 수준이다.
이제 포장재는 ESG 차원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됐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올해 8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면, 재활용 플라스틱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 포장재가 곧 무역 장벽이 되는 시대다.
인기를 끌었던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만년 꼴찌 프로야구팀 ‘드림즈’에 부임한 신임 단장은 야구단의 리빌딩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안 고치면 소를 못 키운다”고 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나프타 기반 포장재 의존도를 줄이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제 포장재는 단순히 제품을 감싸는 부수재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 수익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점을 인식해야할 시점이다.
친환경 중심의 포장재 개발은 우리 식품산업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대응이 빠르고 과감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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