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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AI 간판 전성시대…이름은 쉽고, 실행은 어렵다

[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년 전 한 글로벌 기업 지사장과 점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는 "AI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사명을 AI로 바꾸는 등 결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다소 과격하게 들렸던 그 말이 이제 국내 IT 업계의 현실이 됐다.

파수AI, SK AX, 이노에이엑스, 어센트AI, 씽킹AI 등 최근 1년 사이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사명에 'AI'와 'AX'를 새겨 넣고 있다. 단순한 브랜드 리뉴얼이 아니다. 회사의 정체성과 사업 방향, 조직의 우선순위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다.

사명은 기업의 압축된 전략이다. 고객에게는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 회사인가"를 설명하는 첫 문장이고 투자자에게는 "어디서 성장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신호다. 과거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면, 이제는 AI와 AX가 그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AX'라는 표현의 확산은 주목할 만하다. AI 솔루션을 파는 수준을 넘어 고객사의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생산성 체계 전반을 AI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AI를 보유한 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AI 전환을 책임지는 회사"라는 위치를 선점하려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엔 절박함이 있다. AI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굳어지지 않았다. 글로벌 빅테크가 파운데이션 모델과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지만, 산업별 적용, 기업용 업무 자동화, 공공·금융·제조 특화 솔루션 영역에선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

하지만 사명에 AI를 붙인 순간부터 시장에서의 검증은 더 냉정해진다.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에 AI가 얼마나 깊이 들어가 있는지 볼 것이고 시장은 매출 구조가 실제로 AI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지를 따질 것이다. 내부 구성원에게도 사명 변경은 선언이 아니라 압박이다. 연구개발부터 영업, 인재 채용, 고객 지원까지 회사 운영 전반이 새 이름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

진정한 AI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존 제품에 AI 기능을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비용 절감, 매출 증대, 업무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또 자체 기술과 외부 모델 활용 사이에서 명확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AI 도입 과정에서 불거지는 보안·저작권·데이터 품질·책임성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사명 변경은 출발선이다. 이름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그 이름에 맞는 사업 구조를 만들고 고객이 체감할 성과를 내며 시장의 신뢰를 쌓는 일이다.

2년 전 그 지사장의 말은 맞았다. AI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결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결기는 사명 변경에서 끝나선 안 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누가 AI라는 이름을 달았는가"가 아니다. "누가 AI로 실제 변화를 만들어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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