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무분별한 장기 입원·치료를 막기 위해 도입하려던 이른바 ‘8주 룰’이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기 싸움 속에 제도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는 7000억 원을 넘어섰다. 결국 과잉 진료의 청구서가 일반 가입자들의 내년도 보험료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보험 시장의 재무 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자동차보험 사업 잠정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 보험손익은 70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1년 전과 비교해 손실 폭이 무려 6983억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삼성화재를 포함한 5대 대형 손보사의 지난달 평균 손해율은 86.2%에 달했다. 보험업계가 보는 적정 손해율이 78~80%임을 고려하면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크게 웃돌면서 자동차보험 부문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적자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경상환자의 과잉 진료’가 지목된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상해 12~14급의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경상환자라도 별도 제재 없이 장기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해 보험금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경상환자 한의과 치료비는 2019년 6500억원에서 2024년 1조1400억원으로 5년 사이 75%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의과 치료비가 소폭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대한한의사협회는 “8주라는 기준은 획일적이며 의료인의 진료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1인 시위 등 강력한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올해 1월 예정됐던 시행 시점은 3월과 4월로 연기됐으며, 현재는 법제처 심사 단계에서 멈춰 선 상태다.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소비자 단체 사이에서도 뜨겁다. 8주 룰이 도입되면 환자가 8주 이상 진료를 받기 위해 7주 차까지 진단서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해 자배원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환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다.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교통사고 같은 비자발적 사고 피해자를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전제해서는 안 된다”며 “치료에 전념해야 할 환자에게 복잡한 증빙 서류 준비와 심사 절차를 직접 수행하게 만드는 구조는 피해자의 방어권을 무력화하고 보험사의 지불 통제권만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자배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권한조차 보험사에 있어, 환자는 자신의 치료 연장을 보험사의 손에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이달 중순까지 제도 시행 시점을 확정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중상환자에 한해 향후치료비를 지급하는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자동차보험은 약 2600만명의 자동차보유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공적 성격의 보험으로 과도한 보험금 지급이 국민의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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