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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방 100m 신호위반 차량 감지”…차량 통신 V2X, 이제는 빛 볼까

강범구 TTA 모빌리티 기술팀 수석연구원이 V2X 시험실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강범구 TTA 모빌리티 기술팀 수석연구원이 V2X 시험실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전방 50m 앞 차량 급정거 발생”

향후 도로에 지능형교통체계(C-ITS)가 구축되면 운전자가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받아볼 수 있는 메시지 예시다. C-ITS는 쉽게 말해 도로 위 모든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의 기반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C-ITS와 함께 주목받는 통신 기술도 있다. 바로 ‘V2X(차량 간 통신)’다. C-ITS 차량 통신 표준으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주행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 필수적인 ‘신경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는 V2X를 C-ITS 단일 통신 표준으로 정하고 이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옥 V2X 시험실에서 만난 강범구 TTA 모빌리티 기술팀 수석연구원은 V2X 기반 차량간 통신 중요성을 강조하며 “안전이 중시되는 자율주행에서 차량 간 통신은 음영지역이 발생해선 안 된다”며 “V2X 기반 통신체계가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변수를 공유하기 위한 기반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TTA V2X 시험실에 마련된 옴니에어컨소시엄 인증 장비 [사진=디지털데일리]
TTA V2X 시험실에 마련된 옴니에어컨소시엄 인증 장비 [사진=디지털데일리]

◆도로 위 변수 데이터 실시간 송수신…V2X ‘확장성’ 주목

TTA V2X 시험실에는 국제 인증기관인 ‘옴니에어 컨소시엄’ 인증을 수행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다. 냉장고 두 대를 나란히 세운 정도의 크기인 이 장비는 TTA의 V2X 인증 사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설비다.

문제는 가격이다. 장비 한 대당 약 15억원에 달한다. 일반 중소 통신장비사가 인증을 위해 직접 구매하기엔 부담이 크다. 이에 TTA는 정부 지원을 통해 기업을 대상으로 V2X 인증을 무료 제공하며 산업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장비로 진행 중인 인증은 현재 크게 2가지다. 먼저 차량에 장착돼 V2X 메시지를 송수신하며 차량 간 경고 및 주행 지원 기능을 제공하는 OBU(온-보드 유닛) 단말기에 대한 인증이다. 또 다른 하나는 도로변 가로수나 가로등에 설치돼 차량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노변기지국(RSU) 기기 인증이다.

강 연구원은 “V2X 기반 OBU와 RSU 간 통신 품질 적합성·정밀도와 상호운영성을 이 장비로 검증할 수 있다”며 “미국 등 글로벌 V2X 생태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옴니에어 인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장비사들 의뢰를 받아 인증 절차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C-ITS 핵심은 도로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모든 차량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도로 신호 상황은 물론 보행자 위치와 사고 상황 등 도로 주행 과정에 발생 가능한 이벤트를 차량-차량 간 혹은 기지국과 차량 간 통신으로 끊김없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국내에서 통신 표준으로 선택된 것이 V2X다. 정부는 지난 2023년 C-ITS 단일 통신 표준으로 ‘셀룰러(C)-V2X’ 일종인 ‘LTE-V2X’로 정했다. 표준 확정 과정에서는 기존에 사용되던 와이파이 기반 ‘웨이브(DSRC)’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기존 통신망을 사용하는 V2X의 확장성과 상호 운용성 등을 감안해 표준은 LTE-V2X로 최종 결정됐다.

강 연구원은 “일각에선 V2X가 충분한 실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제는 다양한 연구개발을 거치며 안정성 등이 확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V2X 기반 OBU와 RSU 작동 방식을 예시를 통해 설명했다. 300m 전방 차량 하나가 급정거를 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차량 내 탑재된 OBU가 급정거 메시지를 주변 차량 OBU나 도로변 RSU 등을 통해 보내게 된다. 이 메시지는 해당 도로에서 주행 중인 모든 차량과 C-ITS 관제실로 전송되고 이는 다양한 도로 변수 통제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그는 “지금 현재 기술로는 약 300~500m 범위까지는 안정적으로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고 장애물이 없는 환경에서는 500m~1000m 정도까지 송수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V2X 기반 통신 장비 구성, 왼쪽부터 차량 안테나와 여기에 연결되는 온보드 유닛(OBU), 도로변에 설치되는 노변기지국(RSU) [사진=디지털데일리]
V2X 기반 통신 장비 구성, 왼쪽부터 차량 안테나와 여기에 연결되는 온보드 유닛(OBU), 도로변에 설치되는 노변기지국(RSU) [사진=디지털데일리]

◆V2X 미래는? “정부 정책 연속성이 핵심”...미국으로 눈돌리는 韓 업체들

V2X가 국내 C-ITS 통신 표준으로 채택됐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먼저 정부 C-ITS 정책 단절 우려다. C-ITS 체계 구축 사업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주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1년 C-ITS 기본계획 등을 공개하며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2026년 국토부 예산안에는 C-ITS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표준이 결정되고 실증사업(세종·판교 등 일부 고속도로)까지 진행됐지만 상용화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C-ITS는 국가 기간 인프라(도로)를 대상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정부 지원 없이는 활성화 되기 어려운 기술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을 믿고 기술 투자를 진행했지만 상용화 단계에서 흐지부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강 연구원은 “기존에 TTA와 함께 장비 인증을 진행하던 기업 중에서도 상당수가 폐업하는 등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도 V2X 장비 시험 의뢰 수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에티포스와 아이티텔레콤 등 중소기업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양사 모두 TTA를 통해 옴니에어컨소시엄 인증을 받았다. 에티포스 경우 자체 개발 칩을 활용한 OBU를 선보였으며 아이티텔레콤은 지난해 자사 V2X 장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상품으로 선정됐다. 국내 통신장비사 이노와이어리스에서는 지난해 V2X 기술 전문기업 웨이티즈를 인수해 관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업자들은 국내 정책 추진 속도가 더뎌지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도 V2X를 C-ITS 표준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TTA가 주관하는 옴니에어컨소시엄 인증을 통해 현지 시장과 상호 운용성 등을 점검 받고 국내 장비사 제품을 미국 C-ITS 시장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강 연구원은 “사업자들은 현재 TTA에서 실시하는 옴니에어 인증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이티텔레콤과 에티포스 등에서는 미국 내 공장과 양해각서(MOU)체결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주행 기술 안정화 및 고도화를 위해선 V2X 기반 C-ITS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오는 2027년에는 정부의 ICT 융합자율주행기반 구추사업도 종료되는 상황으로 추가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국내 V2X 기술 연구개발 지속을 위해서는 정부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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