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스타 2025' 현장.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올해 '지스타 2025' 현장에서는 유난히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등 고위 인사들이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를 찾은 것은 분명 업계로선 반가운 흐름이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이들의 방문이 '관심의 확장'인지 아니면 '표심을 의식한 들러리'에 불과한지 되묻게 만들었다.
개막식에서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존재감이 미묘하게 비어 보였다. 주무부처인 문체부에서는 최재환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이 내빈으로 참석하는 데 그쳤다. 장관은 물론 차관급 인사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9월 도쿄게임쇼에 제1차관이 직접 참석했던 사례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의 모습은 더 뒷맛을 남겼다. 최 과장은 내빈 투어 동안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전시장을 둘러봤고, 이 모습은 현장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를 대하는 주무부처의 태도가 이렇다면 평소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권의 행보 역시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둘째 날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가 조승래·김성회 의원 등 이른바 '친(親)게임 의원단'과 함께 현장을 찾은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된 마재윤을 '세계적인 프로게이머'로 언급하며 분위기를 일순 싸늘하게 만들었다.

14일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가 '지스타 2025' 넷마블 부스에서 출품작 '나혼자만레벨업: 카르마'를 즐기는 모습.
정 대표는 다음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정작 게시글에는 'e스포츠'가 'e-sorts'로 적혀 있어 팬들 사이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실수와 오해가 반복된다면 최근 민주당이 출범한 '게임특위 2기'나 조승래 의원이 추진 중인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 역시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정 대표와 김 총리 모두 내년 민주당 당대표 선거의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이 산업에 대한 진정한 이해보다 정치적 제스처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호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이 끊임없이 의심받는 이유다.
게임업계가 원하는 건 '메시지'가 아니라 '실질적 이해'와 '책임 있는 행동'이다. 정치적 시그널만으로는 산업이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은 분명 상징적 전환점이었지만 인식 개선 뒤에는 제도 정비·규제 합리화·정책 실행 같은 구체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2023년 기준 84억달러(약 12조원)의 수출을 기록한 게임산업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핵심 축이다. 매년 약 20만명이 찾는 지스타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닌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무대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조차 제대로된 존중과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면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의 관심이 늘어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관심만으로는 산업과의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 이번 지스타에서 드러난 불편한 장면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이해의 빈틈을 보여줬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변화다. 다음 지스타에서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진정한 반가움만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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