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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준호 토스랩 CTO "AI 협업툴, '사용자 먼저’ 고민하니 패러다임 달라져"

'스프링클러'부터 '잔디 홈', MCP 확장까지... '함께 성장하는 협업 AI'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AI 열풍이 산업계 전반을 휩쓰는 요즘, 협업툴 업계도 'AI 전환(AX)'에 열심이다. 주로 기존 기능이나 업무를 AI로 자동화해 '강화된 생산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물론 애초에 협업툴은 조직 단위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용되므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메신저형 협업툴 '잔디(JANDI)' 개발사인 토스랩의 서준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협업툴과 AI의 만남은 단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사용자경험(UX)의 패러다임을 바꿀 터닝포인트"라는 생각이다.

서 CTO는 이 가설을 토스랩이 지난 1년 동안 공개한 잔디용 AI '스프링클러(Sprinkler)', 사내 데이터 활용을 돕는 '지식 베이스(RAG)', AI 중심의 맞춤형 업무 공간 '잔디 홈(JANDI Home)' 등에 녹여냈다. 모두 AI 고유의 생산성 강화를 놓치지 않으면서 사용자 중심의 AI 사용 환경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각에서는 "AI의 폭발적인 생산성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우려하는 지금, 이처럼 '인간 먼저'를 강조하는 AI 협업툴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서준호 CTO에게 들어봤다.

토스랩 서준호 최고기술책임자(CTO)

◆ "AI 운영 비용보다 사용자 경험이 우선"

서 CTO가 과거 네이트온 개발팀에서 메시징 서비스를 개발하며 꽂힌 하나의 키워드는 '소통'이었다고 한다. 동시에 그의 고민은 '어떡하면 조직 내에서 더 효율적인 소통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로 이어지곤 했다.

2018년 토스랩 합류 이후로 잔디는 그 고민의 산물이었다. 실제로 토종 메신저형 협업툴로서 잔디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는 잔디에서 하루에 생성되는 대화 데이터만 6억8000만건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곧 새로운 고민이 따랐다. 서 CTO는 "조직 내에서 오가는 메시지와 토픽(잔디의 주제별 대화방)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소통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견됐다"며 "우리 사용자들 앞에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누군가 비서처럼 기억해주고, 궁금한 것은 바로 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잔디만의 AI 개발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다만 토스랩은 처음부터 거창한 AI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보다 AI가 가장 잘하는 '요약', '검색', '작성' 기능에 집중했다. 이는 메신저형 협업툴 사용자들의 가장 작고 반복적인 업무부터 줄이며 AI의 효용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판단 때문이기도 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8월 초기 버전이 공개된 잔디 전용 AI 스프링클러였다.

하지만 클로즈베타 테스트 결과의 일부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가장 큰 이슈는 대형언어모델(LLM)의 고질적 문제인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었다. 사용자들은 AI가 조직 내부 데이터, 메시지 데이터를 두고 사실과 다른 답변을 만드는 문제를 지적했다고 한다.

서 CTO는 "이런 환각 문제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RAG(검색증강생성) 기술을 활용하는 거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 환경이었다"며 "잔디 고객 중에는 IT 전담조직이 없는 작은 회사도 많다. 그들에게 RAG를 도입하기 위한 복잡한 규칙을 제시하고, 그들의 데이터를 일일이 AI 친화적으로 가공하게 만드는 일은 사용자가 아닌 개발사의 편의만 앞세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토스랩이 택한 해결책은 사용자들에게 '잔디 드라이브'처럼 제공되는 '지식 드라이브'다. 지금 잔디에서는 사용자가 지식 드라이브에 파일을 올리기만 하면 AI가 그 정보를 RAG 기반으로 가공해 더 정확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바로 '지식 베이스' 기능인데, 이로써 환각 문제를 상당수 해결했지만 토스랩에 돌아온 청구서는 만만치 않았다.

잔디 지식 베이스 (ⓒ 토스랩)

우선 기업별로 서로 다른 수많은 데이터 포맷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파싱(parsing)은 그 자체로 대단히 복잡한 작업이다. 그 양이 많아지는 것에 비례해 가공 비용도 치솟는다. 서 CTO도 "덕분에 지금은 LLM 운영 비용보다 데이터를 파싱, 전처리하는 비용이 더욱 크다"면서도 "사용자들이 좋아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말했다.

◆ AI 활용 극대화... 新 스타팅 포인트 '잔디 홈'

이로써 스프링클러 AI는 잔디 사용자들 사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서 CTO가 다음으로 발견한 문제는 '접근성'이다. AI를 사용하기 위해 특정 토픽에 들어가 메뉴를 여는 과정 자체가 사용자에게는 '불편한 허들'이었던 것이다. 그는 "AI를 하나의 추가 기능으로만 두기에는 활용도나 외부 연결성에 한계가 생길 것을 알게 됐다"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AI를 하나의 기반으로 두고, 그 위에 잔디의 모든 기능을 올리기로 결정한 결과물이 '잔디 홈'"이라고 설명했다.

잔디 홈은 토스랩 내부에서는 인텔리전스 허브로 불린다. 우선 잔디를 실행하면 이곳을 통해 읽지 않은 메시지 요약이 가능하다. 그 외에 필요한 작업은 대화창에 자연어로 명령하기만 하면 된다. 추후 "어떤 데이터를 찾아 어떤 곳으로 옮기고, 남은 일은 어떻게 처리해줘" 같이 자연어 기반으로 사용자의 작업과 학습의 허들을 제거할 예정이다. 물론 기존 인터페이스도 유지하면서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잔디 홈 인터페이스 (ⓒ 토스랩)

◆ 천편일률 협업툴은 그만... MCP로 연 '개인화 시대'

이로써 AI 기반의 생산성(스프링클러), 정확성(지식베이스), 접근성(잔디 홈) 문제까지 해결한 서 CTO의 다음 관심은 '확장성'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일부 유료 사용자 대상으로 외부 서드파티(제3자) 서비스 연동 기능까지 추가했다. 이는 AI가 외부 서비스와 표준화된 방식으로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표준 규약인 'MCP' 기반이다. 미국의 유명 AI 개발사 앤트로픽이 지난해 개발한 MCP는 현재 다양한 AI 에이전트 서비스 개발과 연결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술로 꼽힌다.

MCP의 강점은 무한한 확장성이다. 서 CTO는 "예를 들어 잔디나 일반 AI에 '오늘의 날씨'를 알려달라고 하면 오답이 나오기 쉽다. 실시간 날씨 데이터 학습이나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대신 사용자가 날씨 데이터 검색에 특화된 외부 MCP 서버를 잔디에 추가하면 잔디 내에서도 얼마든지 특정 도시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잔디에는 구글 캘린더, 노션 등의 외부 MCP 서버를 연동하는 기능이 추가돼 있다. 이를 이용해 "구글 캘린더 일정 확인 후 2시에 회의 스케줄을 추가해줘", "노션에 정리된 업무 관련 페이지를 찾아서 알려줘" 같은 확장형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스미더리(Smithery) 같은 MCP 마켓플레이스에서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MCP를 자신의 잔디 계정에 등록할 수도 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협업툴 시장에 드디어 개인화의 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마치 한때 모두가 똑같은 기능이 탑재된 피처폰을 쓰다가 외부 앱 장터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했을 때 겪은 변화와 유사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같은 '잔디' 협업툴 내에서도 사용자 환경에 따라 생산성을 200% 더 발휘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

잔디에 실시간 검색 MCP를 적용한 모습, 실시간 정보를 반영한 '금 시세' 검색도 가능해졌다.

◆ 올바른 협업 AI는 사용자를 성장시킨다

서 CTO는 인터뷰 내내 'AI의 올바른 쓰임'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AI 업계가 생성 속도와 품질, 양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그것이 결국 사람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에게 더 질문하는 AI, 함께 고민할 수 있는 AI로 가는 것"이라며 "잔디는 보고서 하나를 만들어도 보고서의 의미와 2차 활용을 더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이 동그라미를 만들어 달라고 해도 그걸 더 뛰어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 CTO는 그래야만 단순히 사용자의 명령만 수행하는 AI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협업하는 동료와 같은 AI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토스랩은 궁극적으로 오는 4분기 '잔디 홈'을 중심으로 고도화된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소통에서 시작해 실제 업무 처리와 관리까지, 협업의 모든 과정을 잔디 안에서 끊김 없이 완결하는 '올인원(All-in-One) 통합 협업툴'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서준호 CTO는 "AI와 함께 일하며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잔디가 그리는 협업의 진짜 미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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