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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털고 AI 볕들날 언제”...통신사 AI 사업 활기 찾기 분주

[ⓒ챗GPT 이미지 생성 모델이 제작한 그림]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통신 업계가 연달아 발생한 해킹 사태로 장기간 파장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사업 활기를 되찾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공통적으로 AI를 통한 매출 확보를 향후 비통신사업 주요 전략으로 내걸은 바 있다. 지속적인 사업 역량 강화로 국내 AI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SK그룹과 오픈AI와 합작 프로젝트에서 AI 인프라 구축 역할을 맡게 됐다. KT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 ‘SOTA K’와 ‘라마 K’를 연달아 선보이면서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필요한 AI 모델 라인업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안전’ ‘신뢰’ 키워드를 중점으로 국내외 브랜드 이미지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 그룹 내 AI 인프라 전초기지 역할…AIDC 역량 한점에

SK텔레콤은 최근 AI인프라 구축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사 차원 대형 AI 인프라 사업 과정에서 그룹 내 핵심 계열사 역할을 수행하며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은 지난 1일 글로벌 AI 빅테크 기업 오픈AI와 메모리 공급 및 서남권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 설립·운영 등에 관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이번 파트너십 사업에서 SK텔레콤은 AIDC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 정부까지 개입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일환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모이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오라클과 오픈AI, 일본 금융기업 소프트뱅크 3사가 합작해 추진 중인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다. 투자 규모가 약 5000억달러(한화700조원)에 달한다.

서남권 AIDC 협력 측면에서 SK텔레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AI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한국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 센터를 공동 구축해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AIDC 기반으로 소비자 대상 거래(B2C)·B2B AI 활용 사례를 발굴하고, 차세대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시범 운용까지 수행한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8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 건립을 목표로하는 ‘SK AIDC 울산’ 건설 기공식을 열었다. SK AIDC 울산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총 7조원 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사업이다. 오는 2027년 11월 중 41메가와트(MW)급으로 우선 가동하고 이어 2029년부터 103MW급으로 전체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SK텔레콤이 그룹사 내 AIDC 인프라 총책임자로 낙점되면서 AI인프라 측면에서 존재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풀이된다. AI 생태계 내에서 AIDC는 기업 역량을 입증 할 수 있는 ‘영토’에 비유할 수 있다. 개발과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모두 AIDC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앞다퉈 자체 AIDC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의 AIDC 역량 확보는 AWS나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 실질적 협력 교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자사 AI 서비스 등을 위한 전초기지 확보로 행보로 볼 수 있다.

◆한국어 특화 모델 연달아 공개…AX 전문기업 도약 준비

KT에서는 인공지능 전환(AX)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KT 전략은 B2C보다는 B2B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SK텔레콤이 B2C AI에이전트 ‘에이닷(A.)’을 선보인데 이어 LG유플러스가 ‘익시오(ixi-O)’를 출시했지만, KT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AI에이전트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고객응대서비스(CS) 측면에서 일부 기능으로 AI에이전트 서비스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KT의 AI 모델 전략도 모두 ‘국내 기업 AX 사업’으로 정렬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KT는 협력모델과 자체모델 투트랙으로 AI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 손을 잡고 진행 중인 ‘협력 중심 AX’와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모델 ‘믿:음’을 중심으로 하는 ‘독자모델 중심 AX’이다.

지난달 29일에는 MS와 협력해 개발한 AI 모델 ‘SOTA K’를 공개하고 바로 그 다음날인 30일에는 메타의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 ‘라마(Llama)’를 통해 개발한 ‘라마 K’를 공개했다. KT는 두 모델 모두 한국어 능력을 특화시킨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KT가 한국어 특화 모델에 집중하는 이유는 국내 공공 시장 AX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서는 출범 이후 꾸준히 AX 대전환 정책을 강조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20만장 확보 ▲독자 AI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AIDC 구축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전 산업분야에서 AX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AX 의지가 강한 만큼 공공 부문에서도 AX 공모 사업 확대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KT 입장에서는 ‘한국 특화 AI’ 키워드를 내세워 관련 사업에서 이점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다. 또 공공 시장에서 시스템통합(SI)을 비롯한 디지털전환(DX) 사업을 다수 수행한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AX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 안전 브랜딩 ‘온힘’

LG유플러스는 익시오 출시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줄곧 ‘안전’ 키워드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추가적인 AI 서비스 등을 강조하기 보다는 보이스피싱 방지, 가짜 목소리 및 얼굴 판별 등 기술을 선보이면서 브랜드 이미지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30일에는 ‘안티 딥보이스(Anti-DeepVoice)’를 익시오에 탑재하면서 이용자 단말기에서 자체 작동하는 온디바이스AI 기능을 선보였다. 안티 딥보이스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사운드 투 텍스트(STT) 기능과 안티스푸핑(Anti-spoofing) 등 기술로 구현됐다. 이 기술은 통화 중 실제 음성 구간을 탐지하고 탐지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후 해당 음성의 위변조 여부를 분석한다.

현재는 영상·이미지 내 합성 흔적을 분석하는 ‘안티 딥페이크(Anti-Deepfake)’ 기술도 개발 중이다. AI가 생성 또는 변환한 얼굴 위조 여부를 탐지한다. 픽셀 질감 불일치 및 프레임 간 연속성 손상 같은 특이 패턴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아직 본격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LG유플러스는 향후 영상 기반 피싱·허위 콘텐츠 차단 역할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이같은 안전 브랜드를 국제 무대서도 홍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인천과 서울에서 열린 ‘한-아시아 법과학·법의학 총회’ 및 ‘제 47차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에 참여해 익시오 전시 부스를 운영한 바 있다.

이곳에서 LG유플러스는 보안·과학·법률 분야 전문가들이 오가는 부스행사에서 익시오 보이스피싱 탐지 기술을 선보였다. 또 AI를 활용한 위변조 목소리를 찾아내는 ‘안티딥보이스’, AI로 합성한 영상을 탐지하는 ’안티딥페이크’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LG유플러스의 안전 중심 전략은 정부의 보이스피싱 근절 기조 등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통신사와 금융사에 대비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현재 통신사를 중심으로 연달아 발생한 보안 침해사고로 가입자 안전 대책 미흡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통신3사 중 ‘가입자 안전’ 키워드를 선점하는 브랜드 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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