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인터뷰

[인터뷰] 반도체기업 네패스 “AI 빌드업 플랜으로 제조 한계 돌파”

스노우플레이크 기반 데이터레이크 구축해 성능 40%↑·비용 35%↓

네패스 전사AI시스템팀 AI정보화파트 윤승택 파트장 [ⓒ 스노우플레이크]
네패스 전사AI시스템팀 AI정보화파트 윤승택 파트장 [ⓒ 스노우플레이크]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공정 복잡도와 품질 기준이 높아지면서 방대한 생산 데이터를 신속·정확하게 분석하는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이다. 단순히 자동화를 도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자율 최적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들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반도체·소재·배터리와 같은 국가 전략 산업에서는 데이터 관리와 분석 역량 확보가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나아가 AI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경쟁력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네패스 전사AI시스템팀 AI정보화파트 윤승택 파트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온프레미스만으로는 AI 아키텍처를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 2023년 ‘AI 빌드업 플랜’ 출발점이었다”며 “데이터와 클라우드, AI를 결합한 전사적 전략을 통해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 빌드업 플랜,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네패스는 1990년 케미컬 사업으로 출발해 2004년 반도체 솔더범핑 기술로 미국 특허를 취득했고 2019년에는 반도체 테스트 전문 회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패키징 리더십을 강화해왔다. 반도체·첨단소재·배터리 소재 등 국가 전략산업 포트폴리오를 모두 보유한 중견 기업으로 최근에는 제조업 전반에 AI와 클라우드를 접목하며 또 한 번의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네패스가 2023년 수립한 ‘AI 빌드업 플랜’은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레이크 ▲ML옵스(Ops) ▲AI 4단계 로드맵으로 구성된다. 초기에는 AI 기능 구현과 기술 아키텍처 확보가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데이터 거버넌스와 프로세스 표준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재정의됐다.

실행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공장 데이터에서는 예상치 못한 갭이나 누락이 발생했고 단순 보정이 아니라 설비 재구성이나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요구됐다. 그는 “데이터를 정비하려면 기존 장비를 교체하거나 운영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예상보다 복잡한 기술적 챌린지와 비용이 뒤따랐다”고 설명했다.

보안은 또 다른 관문이었다. 그는 “기능 구현이 끝나더라도 바로 프로덕션에 배포하지 않고 보안 취약점 평가와 승인을 거쳐야 한다”며 “보안 전문 조직 승인과 컴플라이언스 검증 없이는 단 한 줄의 코드도 프로덕션에 올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로 트러스트 기반 아키텍처, 지속적 감사, 다층적 보안 통제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현재 네패스는 전 사업부에 걸쳐 AI 기반 자동 분석 리포트, 통계적 공정 관리(SPC) 품질 인텔리전스, 설비 예지보전 모니터링, 공정 능력 예측 모델링 등을 실제 운영 중이다. 윤 파트장은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지만 데이터 품질과 일관성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데이터 관리 체계와 프로세스 표준화를 어떻게 정비하느냐가 장기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네패스 전사AI시스템팀 AI정보화파트 윤승택 파트장 [ⓒ 스노우플레이크]
네패스 전사AI시스템팀 AI정보화파트 윤승택 파트장 [ⓒ 스노우플레이크]

◆ 스노우플레이크 도입 후 성능 40%↑·비용 35%↓…현업 체감 혁신=네패스는 데이터 아키텍처 중심 플랫폼으로 스노우플레이크를 선택했다. 글로벌 클라우드·온프레미스 솔루션 10개를 대상으로 100GB 규모 프로덕션 데이터셋 개념 검증(PoC)를 거친 결과다.

선정 기준은 ▲데이터 정합성 ▲시스템 안정성 ▲엔터프라이즈급 성능이었다. 유지보수성·총소유비용(TCO) 최적화·레거시 호환성과 AWS, 태블로, 인포매티카 등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윤 파트장은 “검증되지 않은 솔루션은 쓰지 않는다”며 “벤치마킹과 테스트에서 스노우플레이크가 가장 안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입 효과는 명확하다. 윤 파트장에 따르면 스노우플레이크 도입 이후 데이터 쿼리 처리 속도와 운영 효율성은 40% 향상, 비용은 35% 절감, 저장공간은 70% 절감됐다. 28GB RDB 데이터는 이관 후 1.1GB로 줄었고 인포매티카 ETL을 이용한 이관은 단 10분이면 충분했다. 기존 RDB에서는 불가능했던 190만행 데이터 조회도 스노우플레이크 기반으로 두 시간 만에 시스템을 구축, 24초만에 결과를 얻었다.

현업 체감 변화도 뚜렷하다.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복제·가공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버튼 한 번으로 자동 분석 리포트를 확인하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 라인 엔지니어는 MES와 연동된 대시보드에서 생산 현황과 불량률·알람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윤 파트장은 “AI가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전유물이 아니라 현업까지 확산됐다”고 강조했다.

장비 로그 분석이나 품질 관리 인텔리전스, 생산 최적화 분석은 과거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처리 자체가 불가능했다. 스노우플레이크 기반 아키텍처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셋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 불량률 관리와 생산 효율 최적화에 직접 기여한다. 그는 “과거였다면 장비 교체 주기를 추정하는 데 며칠이 걸렸을 문제를 이제는 몇 분 안에 예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AI For Work’로 휴먼-AI 협업 확산=네패스는 현재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 미션 크리티컬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시스템 반영 전 단계마다 보안 취약점 점검과 검증 절차를 고정화해 비즈니스 연속성과 복원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네패스 다음 목표는 ‘AI For Work’ 본격화다.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바이브코딩 플랫폼, 지능형 자동화 등을 통해 반복적이고 데이터 집약적인 업무를 재구성하고 휴먼-AI 협업 모델을 전사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윤 파트장은 “AI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는 아니지만 반복적이고 데이터 집약적인 제조 프로세스에서는 변혁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각 기업은 자신들의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먼저 정비하고 파일럿에서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AI For Work라는 비전 아래 휴먼-AI 협업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AI 기반 교육 프로그램과 PBL(Project Based Learning) 프레임워크를 통해 조직 전반에 AI 네이티브 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