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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통사 해킹 사고, 국회는 실질적 입법 논의로 응답해야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연이어 발생하는 사이버 침해 사고로 통신사들이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서비스의 특성상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수많은 개인정보를 취급하며 이익을 내는 통신사에게는 그 어떤 업종보다 철저한 보안 체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허술한 대비와 미흡한 사후 조치는 가입자들의 실망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

국회도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와 관련해 청문회 개최를 추진 중이다. KT뿐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 대표와 관계자도 증인으로 불러 통신업계 전반의 보안 실태와 대응책을 따져 묻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맞물려 이용자 정보보호 및 기업 보안 체계 강화를 위한 법안 발의도 잇따르고 있다. 정보보호책임자 지정 의무화, 침해사고 징후 발견 시 정부의 직권 조사 개시 등 강력한 조항이 담긴 법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SK텔레콤 유심(USIM) 데이터 유출 직후에도 과방위는 두 차례 청문회를 열었고, 의원들은 정보보호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정작 그 이후 4개월 동안 과방위 내 정보보안 논의는 사실상 멈춰 있었다. 발의된 법안도 대부분 계류 상태로 남았다.

대선 국면과 맞물려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또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숙의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논의 자체가 사라진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부 법안이 수석전문위원 검토를 거치며 진전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회의 차원에서 의미 있는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SK텔레콤 사태 진정 이후 정보보호는 ‘부차적 사안’으로 취급된 셈이다.

대선 이후 과방위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공영방송 관련 현안에 집중했다. 방통위 개편안 논의와 이진숙 위원장과의 충돌이 주요 의제였고, 그 과정에서 보안 법안 논의는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렸다. 그러나 공영방송 못지않게 정보보호 제도 개선 역시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특히 SK텔레콤 유출 사태 직후 예스24 랜섬웨어 피해까지 잇따르면서 전문가들은 보안사고 대응책과 국가 보안체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정부 차원의 보안체계 정비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가 논의를 미루는 사이 KT 사태가 터지며 국민은 또다시 불안에 빠졌다. 기업을 질타하는 것만큼 국회도 균형감 있는 입법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번 정권은 ‘여대야소’라는 강력한 입법 추진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거쳐 실질적인 법안 처리를 책임 있게 이끌어야 한다.

조만간 열릴 청문회에서는 지난 청문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단순히 기업의 사후 보상에 머물지 말고, 국가 차원의 보안 체계를 재정비하는 근본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국민의 불편을 달래는 위약금 면제보다 중요한 것은,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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