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꿈꾸는 금융권에 한 가지 해법이 제시됐다. 보험업계의 보수적인 IT 환경에서 레드햇 오픈시프트(OpenShift)를 전면 도입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 KB라이프 사례가 그 주인공이다.
KB라이프는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레드햇 금융 오찬세미나’에서 회사의 ‘라이프 원 시스템(Life One System)’ 구축 사례를 공유,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면서도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한 경험을 밝혔다.
지난 2022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합병을 기점으로 탄생한 KB라이프는 당시 KB손해보험을 포함한 그룹 내 금융 3사의 차세대 금융 시스템 프로젝트 ‘라이프 원 시스템’을 추진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레드햇 솔루션을 채택한 것을 넘어, 전사 IT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사례로 주목된다.
KB라이프의 김태호 IT기획운영부 매니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가상화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기반으로 채널 비즈니스 허브, 고객 데이터 플랫폼, 라이프 비즈니스 플랫폼, 상품 플랫폼, 데이터 플랫폼 등 5대 플랫폼 구축을 통해 IT 구성원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과제였다”고 소개했다.
이전까지 보험사들은 통상 상용 WAS(Web Application Server) 기반 시스템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KB라이프는 과감히 쿠버네티스를 기반으로 한 컨테이너 플랫폼을 선택했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레드햇, VM웨어, 바닐라 쿠버네티스를 두고 검토한 끝에 레드햇을 선택한 이유는 “레드햇이 오픈소스 진영의 선도 기업이자, 우리가 사용하려는 오픈소스 대부분을 개발·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KB라이프는 ▲민첩성 ▲경량화 ▲통합화 ▲유연성 ▲확장성 등 5가지 설계 원칙 아래, ①외부 비즈니스 변경을 빠르게 적용하는 ‘채널 비즈니스 허브’ ②기간계·채널계 등 기존 시스템을 경량화해 핵심업무와 후선업무를 모듈화한 ‘고객 데이터 플랫폼’ ③분산된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라이프 비즈니스 플랫폼’ ④신속·유연하게 상품을 개발·적용하는 체계로서 ‘상품 플랫폼’ ⑤컨테이너 기반의 클라우드-레디(Cloud-Ready) 환경을 구현한 ‘데이터 플랫폼’ 등 5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아키텍처 설계와 개발은 모두 레드햇 오픈시프트 위에서 구현됐으며, 약 600개의 파드가 실제 운영 중이다.
김태호 매니저는 차세대 시스템의 실질적인 변화에 대해 “기존에는 모든 부하가 기간계에 집중돼 있었지만, 이번 시스템은 업무 도메인별로 역할을 구분하고, 서비스 단위로 독립성을 확보해 각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API 조합을 통한 유연한 채널 대응, 사용자 중심의 상품 설계와 가입 산출, 실시간 고객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360도 관점의 분석 환경도 함께 구축했다. 그는 “상품 판매를 위한 데이터를 채널에서 별도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고, 기간계 없이도 가설과 설계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아키텍처 측면에서는 컨테이너 기반 클라우드-레디 구조가 핵심이다. 김 매니저는 “전체 시스템을 마이크로 서비스 구조로 나누되, 보험 업무 특성상 각 업무 단위를 개발자 1~2명이 운영할 수 있도록 미니 서비스 단위로 구성했다”며, “그 결과 장애가 발생해도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만들었고, 실제로 오픈 이후 시스템 전체 중단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무중단 배포가 가능해 하루 수십 차례의 이관도 문제없이 진행했고, 인증 서버에 메모리 누수 문제가 있었을 때도 자동 감지와 무중단 재가동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작년 치매보험 이벤트 당시 10배에 달하는 트랜잭션이 몰렸던 사례도 공유됐다. 그는 “오토스케일 기능을 활용해 API 업무 파드가 자동으로 확장·축소되며 트래픽을 감당했고, 실제로 서비스 장애 없이 대응했다”고 말했다.
조직 문화의 변화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김 매니저는 “과거에는 개발자들이 WAS 환경을 기준으로 시스템을 이해했지만, 이제는 컨테이너 기반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오픈소스와 클라우드 기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며 “신규 플랫폼 도입을 계기로 IT 중심의 애자일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고, 내부 교육과 학습 분위기도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쿠버네티스 경험 인력 부족, 파일 단위 배포 제한, 로그 유실 등 초기 시행착오도 존재했다. 그러나 “레드햇의 기술 지원과 함께 같이 성장해가는 파트너십이 큰 도움이 됐다”고 김 매니저는 지적했다.
이번 사례는 보험 업계는 물론, 금융권 전반에 시사점을 준다. 시스템 유연성과 무중단 운영이 핵심 요건이 된 지금, 레드햇 기반의 오픈소스 플랫폼이 실제 고객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김 매니저는 발표를 마치며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단지 시스템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고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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