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운영을 위한 정부 사업 설명회에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모습을 드러내 관심이 모아진다. 단순히 인공지능(AI) 수요기업으로서의 참여일까. 업계에선 쿠팡이 ‘아마존 따라잡기’의 다음 수순으로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총 1.63조원 규모 ‘AI컴퓨팅자원 활용기반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약 1.46조원이 투입되는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을 공모한다. 정부 예산으로 구매한 첨단 GPU를 민간이 구축·운영하면서 이를 국내 산학연 등에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이와 관련해 지난 29일 열린 정부 사업설명회에는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들을 비롯한 관계 기업들이 상당수 참여했다. 특히 현장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례적으로 쿠팡 관계자도 참석해 다수의 질의를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쿠팡 측은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의 컨소시엄 참여 시 GPU사업 우선순위가 부여되는지”,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의 경우 마감 이후 추가 참여 여지가 있는지”, “사업자 수에 대한 제한 계획이 있는지”, “정부 할당 GPU 자원이 유휴될 시 사업자 자체 활용이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사업 조건에 대해 전방위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질의 내용을 종합하면, 쿠팡이 단순히 AI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하는 수요기업 입장을 넘어 정부 지원을 활용해 대량의 GPU 인프라를 운용해보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업계에선 쿠팡이 이 사업을 통해 AI 서비스에 필요한 컴퓨팅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자체 기술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쿠팡처럼 물류·유통·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에서의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도입 여지가 큰 기업에는 GPU 활용 역량이 특히 중요해질 수 있다.
현재로서 GPU 확보 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조달된 자원을 기업이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사업 참여만으로 직접적인 매출 확대나 GPU 자산화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이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경험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향후 자체 인프라 전환이나 기술 내재화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쿠팡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를 100%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 ‘올인 클라우드’ 기업이다. 2015년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를 도입한 이후, 2017년경 불과 3개월 만에 전체 인프라를 아마존 클라우드로 이전하며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자체 인프라 구축으로 클라우드 전략을 ‘리버스’하려 한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쿠팡이 추후 클라우드 자립을 꾀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쿠팡의 ‘모델’인 아마존이 이미 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쿠팡의 경우 창립 이후 줄곧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며 ‘제2의 아마존’으로 불려왔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라스트마일 물류망, 자체 물류센터 중심의 직매입 구조, 콘텐츠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까지, 이 모든 사업 영역은 아마존의 성장 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다. 특히 미국 증시 상장 이후 5조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한 쿠팡은 OTT 콘텐츠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아마존프라임의 락인 효과를 모방했고,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 내재화 전략도 꾸준히 추진해왔다.
아마존은 본래 자사 유통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가, 유휴 자원의 효율화를 위해 이를 외부에 개방하면서 클라우드 사업 AWS를 출범시켰다. AWS는 세계 최초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의 상용화 사례인 동시에 지금까지 전세계 IaaS 점유율 1위 기업으로, 2025년 1분기 기준 아마존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에 달할 정도로 아마존의 수익성을 책임지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쿠팡이 이 같은 GPU 운용 경험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고 나아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렇다면 쿠팡의 참여는 실현 가능할까. 도전과제는 적지 않다.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며, GPU의 글로벌 수급 불안정성은 상시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특히 자체 클라우드 전환은 단순한 ‘인프라 이전’을 넘어, 보안·운영·기술지원 등에서 퍼블릭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를 쿠팡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아마존이 AWS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투자 여력과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도 방대한 트래픽과 운영 경험을 가진 만큼, 향후 자체 인프라 구축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며 “다만 이를 사업화 단계까지 확대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DD퇴근길] 구글클라우드, 장애는 복구했지만…"원인은 글쎄"
2025-06-13 17:08:50썸네일 확 키웠다...넷플릭스CPO “개인화UI로 7억명 시청자 취향 정조준”
2025-06-13 13:31:27중국 네트워크 장비 기업 H3C, 한국 사업 확장 위해 신사옥 이전
2025-06-13 11:51:52“딥보이스 콕 잡는다” LGU+, 유튜브 팬페스트서 AI 체험존 운영
2025-06-13 10:15:32'팬덤 플랫폼' 디어유 '버블', 6월 입점 아티스트 확대
2025-06-13 19:51:46게임위 "5·18 역사 왜곡 콘텐츠 전 세계 스팀서 삭제"
2025-06-13 19:50:58"게임 질병코드 주장은 역사적 관성에 의한 것, 패러다임 전환 필요"
2025-06-13 18:55:42“플랫폼 입법, 새 정부 핵심 과제로 부상…규제·진흥의 균형 필요”
2025-06-13 17:26:51[현장] 투슬리스로 변신한 대형 스노우메이지, 롯데월드몰에 등장!
2025-06-13 17:10:09[DD퇴근길] 구글클라우드, 장애는 복구했지만…"원인은 글쎄"
2025-06-13 17:0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