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유일한 생존 방식"…기술로 승부한 주성의 창업기
"유리기판은 AI 반도체의 플랫폼…차세대 기술 준비 시작"
"온니원만이 국가 경쟁력 만든다"…규제 비판과 정책 제언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신뢰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것이고, 혁신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우리는 신뢰 대신 혁신으로 버텨야 했고, 그 길을 걸어왔습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경기도 용인 R&D 센터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혁신은 정부나 규제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시장이 판단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0년 넘게 장비 산업에 몸담아온 그는 기술 중심 생존 전략과 미래 산업 준비 방향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황 회장은 주성의 창업 초기부터 '관계'보다는 '기술'로 승부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다니다가 창업했지만, 대기업과 좋은 관계가 있던 것도 아니고, 학연·지연이 있던 것도 아니다. 맨땅에서 시작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주성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 혁신뿐이었다"고 말했다.
LCD(액정표시장치) 시장 진입은 다소 늦었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LCD는 늦게 들어가서 참 힘들었다. OLED도 쉽지 않았다. 결국 약자가 강자와 경쟁해서 살아남는 방법은 속도 하나뿐이다. 그런데 늦게 시작한 만큼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반도체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때 기득권이 없다는 점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는 개선을 통해 성장한 산업이었기 때문에 관계가 중요했지만, 반도체는 빠른 기술 전환으로 성장했다. 새로운 공정이 필요할 때는 관계 보다 기술이 먼저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은 있지만 신뢰가 없고, 신뢰는 시간이 없어서 만들어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장은 혁신과 신뢰를 모두 요구한다. 그 간극을 버티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과 신뢰는 동시에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런데 시장은 그것을 요구한다. 주성은 혁신은 있었지만 신뢰는 부족했던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주성은 셀렉티브 HSG, MOCVD, 하이-k ALD 등 여러 반도체 공정 장비를 선제적으로 개발해왔다. 황 회장은 "비가 와야 모내기하는 천수답처럼, 반도체 장비 산업은 고객의 투자 타이밍에 맞춰야 한다"라며 "항상 선제적으로 기술을 준비해두고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주성이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유리기판 기반 인터포저다. 황 회장은 "AI 시대의 전자회로는 사람의 뇌처럼 메모리와 연산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동해야 한다"라며 "현재는 실리콘 위에서 따로 구현되고 있지만, 그 간격을 좁히는 단계가 유리기판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유리기판 위에 실리콘을 붙이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메모리와 로직 모두를 유리기판 위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그 기술이 완성되면 진정한 의미의 차세대 반도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리기판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결국 미래 반도체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OLED 산업과 관련해선 "현재 OLED 산업에서는 S사가 작은 사이즈에서, L가 큰 사이즈에서 1등이지만 1등은 영원할 수 없다"며 "중국은 더 큰 투자를 갖고 들어오고, 연습을 더 많이 하면 앞서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OLED에서 완성도를 높이면, 우리는 다음 기술로 넘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무기 발광'을 언급했다. 그는 "마이크로 LED는 비싸고 애플리케이션에 한계가 있어서 힘들다. 무기 발광이 OLED처럼, LCD처럼 제조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현재 업황이 어려운 시기야말로 오히려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때라고 진단했다. "시황이 안 좋을 때가 혁신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시기다. 돈을 버느라 바쁠 땐 혁신에 집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성장 동력에 대해선 "기업은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미래 준비를 안 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며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1%,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1%에 집중하는 것이 주성의 방식"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황 회장은 "지금까지는 모방과 개선으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공한 나라였지만, 이제는 그 방식의 한계에 도달했다"라며 "혁신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방 경제는 싸게 사서 싸게 만드는 구조다. 그걸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혁신은 온리원(Only One)을 만드는 것이다.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자가 없는 구조에서 만든 사람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엔비디아나 애플은 시가총액이 4000조원으로, 한국 전체 GDP보다 많다"라며 "그런 온리원 기업 하나가 국가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혁신은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이고, 지식으로 혁신을 판단할 수 없다. 혁신은 육성의 대상이지,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국가도 사회도 판단할 수 없고, 오직 시장만이 판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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