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권으로부터 암흑기를 겪고 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5대 금융 중 여전히 실적(순이익 기준)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상위 조직인 농협중앙회와 소위 '집안싸움'까지 일으키며 농협금융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빗발치는 각종 금융사고로 구멍 뚫린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자질 논란 등 관련 '관치' 꼬리표를 떼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편집자주>
지난해 2월27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지주 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된 농협금융해외점포장 신년간담회에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 농협금융 경쟁력과 직결된 농협 지배구조 혁신은 그의 능력밖
- 뒤처진 농협은행 글로벌 경쟁력 강화·'슈퍼앱' 등 디지털 혁신이 현실적 과제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지난해 1월 공식 취임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임기 2년차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또 다시 연임될 가능성을 점치는 금융 전문가들은 드물다.
비록 이 회장이 지난 2022년 대선 캠페인 당시 '윤석열 캠프의 경제영입 인사 1호 인사'라는 강력한 후광속에 농협금융의 수장에 선임됐지만, 결과적으로 이렇다할 성적표를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실적에서 국내 5대 금융그룹중 꼴찌(순이익)를 기록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농협금융은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회장 임기중에만 농협금융이 특별히 못한 것은 아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계열사 경영진(임원) 인사까지 서슴없이 개입하는 후진적 지배구조, 그에 따른 금융 비전문가들의 무분별한 자리 차지하기, 또 그로인한 농협금융 경쟁력 악화라는 구조적 악순환에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적지않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석준 회장 임기중에 농협금융의 성적이 월등이 개선됐다면 '정부 고위 관련 출신 낙하산'이란 억울한 꼬리표는 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고, 이 회장 2년의 최종 성적표가 나오기도 전에 너무 야박하게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금융권의 시장 상황과 경제 여건을 고려했을때, 2024년 실적에서 농협금융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미 전회에서 다뤘지만,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으로부터 매년 막대한 '명칭사용료'를 챙기고 있다. 이로 인해 농협금융의 대폭적인 순이익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명칭사용료는 전년대비 9.4% 증가한 4927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이미 3분의 1이 지난 시점이다.
어쩌면 '관치' 꼬리표를 떼지 못할지라도, 이 회장이 잔여 임기 동안 농협금융의 혁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에 관심을 두는 것이 보다 냉정하고 생산적인 질문이다.
현실적으로 그가 농협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협의 지배구조 혁신을 놓고 '농민대통령'이라 불리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농협 지배구조를 혁신하는 것은 사실상 그의 능력밖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농협금융 회장이란 직함에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 또한 적지않다.
예를들면 올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내부통제 강화'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 확장, '수퍼앱' 업그레이드와 같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인 농협금융의 경쟁력 확대 등이 가능하다.
◆농협은행, 뒤떨어진 '국제화' 수준 벗어날 수 있을까
농협금융지주는 그간 다른 금융지주사들보다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농협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국제화 수준은 다른 시중은행들 대비 한참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은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초국적화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도입된 초국적화지수는 기업의 국제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말 농협은행의 초국적화 지수는 2.00%에 불과했다. 12~20% 수준을 보이는 다른 시중은행들과 심한 격차를 격차를 보였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초국적화 지수가 2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국민은행(19.67%), 신한은행(16.33%), 하나은행(12.67%) 순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총자산 대비 해외자산 비율도 0.32%에 그친 처참한 수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들의 이 비율은 7%에서 11%를 상회한다.
총수익 대비 해외수익비율 역시 농협은행이 0.41%로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물론 농협은행이 다른 주요 은행들과 비교해 해외사업에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건 2012년까지 국외점포 설립 인가에 적지 않은 제약을 받아온 영향도 있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가 개편되기 전까진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에 소속돼 있었던 탓이다.
다만 이석준 회장이 지난해를 글로벌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사업강화에 속도를 내기로 공표하고 나섰다. 시기적으론 아직 가시적인 글로벌사업의 성과가 기대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긍정적인 방향이다.
앞서 이석준 회장은 지난해 초 해외점포장과 신년감담회에서 "올해는 농협금융의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인력관리체계 정비에 관심을 갖고 추진해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타 금융그룹과 차별화된 금융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뒤처지는 디지털전환… '슈퍼앱' 경쟁도 늦어
이석준 회장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는 '디지털 전환'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다른 주요 금융지주 대비 '디지털 전환'에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다른 주요 금융그룹들이 적극 나서고 있는 '슈퍼앱' 구축도 아직까진 완성시키지 못했다.
'슈퍼앱'은 하나의 앱으로 여러 금융그룹 계열사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 플랫폼을 말한다.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비대면 영업 흐름 속 줄줄이 슈퍼앱을 구축시키며 이른바 '슈퍼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초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반기 슈퍼앱 출시 등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삼성금융사 슈퍼앱 '모니모'와 손잡고 새로운 서비스까지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슈퍼앱 후발주자로 여겨지는 농협금융지주의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농협금융지주도 올해 중 슈퍼앱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의 'NH올원뱅크'를 전면 개편하고 플랫폼을 고도화하면서 슈퍼앱 출시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핀테크사들이 속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슈퍼앱은 고객 편의성 증대로 상품 판매를 늘려 실적 개선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석준 회장 역시 지난해 2월 취임 직후 'DT(디지털전환)추진최고협의회'를 개최하고 "혁신과 변화에는 언제나 안되는 이유가 있지만 반복되는 관행을 과감히 끊어내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농협금융의 미래를 준비하자"며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에 나설 것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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