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인사이트] 이재명의 테마 ‘지역화폐’…낙후된 재래시장 결제인프라 개혁 힘받나

박기록 2022.01.05 15:50:17


#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주로 대형 마트를 이용한다. 그런데 며칠전 인근의 재래시장에 갔다가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만두와 순대 등 몇몇 품목을 구매하려는데 마침 현금이 충분이 없었다. 혹시나 하면서 카드 결제도 되는지 물어보니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재래시장에서도 카드 결제가되는 곳이 많지만 좌판 등 안되는 곳도 여전히 많다.  

난감한 표정을 짓자 주인 아주머니는 ‘인터넷뱅킹으로 송금을 하면 된다’며 푯말에 써놓은 인터넷뱅킹 계좌 번호를 손으로 가르켰다. 

마침 매우 추운 날씨였고 막상 주머니속의 휴대폰을 꺼내 장갑낀 손으로 송금을 할려니 너무 번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A씨는 그냥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까지 진화된 디지털 시대라지만 한켠에선 이처럼 극단의 지대가 존재하는 2022년이다.    

◆이재명 후보, 지역화폐 통한 소상공인 매출 활성화에 강한 자신감

지난 4일, 광명 소하리 기아차 공장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가진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재난지원금 재원 확보 방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소비쿠폰을 통한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변했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쿠폰’은 말그대로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유가증권이며,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고 있는 각종 ‘지역화폐’가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앞서 두 차례의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지역화폐를 통한 성과를 직접 체득한 때문인지 이 부분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대국민 직접 금융지원 ▲법에 의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소비쿠폰 등을 활용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지원 세가지 방식을 거론하면서 이 중 세번째인 ‘매출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이 방식이 ‘승수효과’가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승수효과’란 최초의 자본이 연쇄적으로 소비가 이뤄지면서 동시에 공급(생산)도 유발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경제 유발 효과의 합을 말한다. 즉, 100억원이 시장에 투입돼 최초 소비가 발생하면, 여기에서 소득을 얻은 소상공인은 자재 구매, 인력채용 등 연쇄적으로 2차 소비와 생산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아울러 이 과정을 통해 정부는 세수 증대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사실상 회수하는 효과도 얻는다. 

아직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지지않은 상황이라 재난지원금의 규모를 알수는 없지만 만약 재난지원금이 소비쿠폰으로 제시된다면 이를 구체화한 ‘지역화폐’ 사용량은 올해 더욱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지역화폐 방식의 장점은? 

지역화폐의 장점은 이미 지난 몇 년간의 경험 축적을 통해 실증됐다. 물론 지역화폐가 가지는단점도 있다. 소비 품목의 제약, 지역의 제약, 소위 ‘깡’으로 불리는 유통질서의 교란 위험성이 그것이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재난지원금의 경우, 지역화폐를 전액 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과 일정 부분만 보조해주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재난지원금과 상관없이 지역화폐 자체의 장점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화폐 방식의 재난지원금 지급은 가장 경제적이고, 국민들의 세금 부담도 가장 적은 방식이다. 

예를들어, A씨가 액면가 10만원권 지역상품권을 10% 할인된 9만원에 구입해 지역내에서 이를 소비했다고 가정하자. A씨는 10%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했고, 소상공인은 10만원의 매출을 올려 윈-윈이다. 지역화폐 방식은 이 10% 할인된 1만원만 지방자치단체는 세금으로 메워준다. 할인율 10%를 기준으로 한다면, 100억원의 재원만으로도 1000억원의 지역화폐를 유통시킬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다. 당연히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까지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지역내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 위주로 사용처가 한정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어드는 것은 단점이다. ‘이익의 중심’(Center of Profit)이 지역이 아니라 전국구인 대기업 마트나 대형 프렌차이즈에서 소비하는 것은 지역화폐 발행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기때문에 사용을 막은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편의성측면에선 이같은 제약을 완화하는 것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셋째 낙후된 재래시장 결제서비스의 혁신적인 진전이다. 사실상 가장 의미를 두고 있는 부분이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막는 난제중 하나가 앞서 처음에 언급한 결제서비스의 후진성이다. 이미 현실에선 ‘현금이 없는’(Cashless) 세상이 된지 오래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여전히 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이 적지않다. 선불카드나 직불카드도 물론이다.

상인들이 카드결제 수수료부담 때문에 반발한 결과가 아니다. 카드사나 VAN사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재래시장 등에 결제시스템을 까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은 더욱 이용을 꺼리는 악순환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재래시장 등 결제시스템 낙후 지역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성공사례 : 서울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 ‘제로페이’와 연계해 효과 톡톡

이미 이에 대한 좋은 실증 사례가 있다. 지난 2년간 서울지역에서 발행된 온라인 서울사랑상품권이 골목 점포 및 재래시장에 설치한 간편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Zeropay)’를 통해 효과적으로 소진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지난 2년간 발행된 ‘서울사랑상품권’은 1조7676억원이며, 126만명이 사용했다. 현재 서울 제로페이 가맹점은 총 37만9000개(21년 9월말 현재)에 달한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9년말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제로페이 운영기관으로 승인해 서울 등 전국 각 지역의 소상공인, 재래시장 영세상인 등을 대상으로 꾸준하게 제로페이 가맹점을 확장해왔다. 이같은 노력 때문에 지난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재래시장에서 그나마 지역화폐가 유통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전국적으로 많은 소상상공인, 영세사업자들이 변변히 결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역화폐 발행보다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해결해야할 것은 영세사업자들이 안고 있는 열악한 결제 인프라 환경의 혁신이다. 사업성을 따지는 카드사나 VAN사업자들에게만 인프라 투자를 기대하고 언제까지 손놓고 기다릴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의 개입과 역할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몇 년새 모바일을 활용한 수많은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보다는 훨씬 저렴하면서도 간편한 방식으로 비접촉 지급결제 서비스가 가능한 시대다. 역대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아무쪼록 국내 재래시장 결제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