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챙기면서 분쟁은 외면…리셀 플랫폼 갑질 막는다

이안나 2021.11.29 15:02:48

- 부당한 사업자 면책 조항, 불명확한 수수료 감면 조항 등 개선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네이버 계열사 ‘크림(KREAM)’ 등 5곳 리셀(resell)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회원들 대상으로 부당한 약관을 운용하다 정부 지적을 받고 자진 시정조치한다. 수수료를 받으면서 소비자 손해 시 책임회피 하거나 사업자 임의로 서비스를 변경·중단하는 등 리셀러 대상 ‘갑질’이 사라질 전망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국내 5개 리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서비스 이용약관을 심사해 5개 유형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했다. 대상 기업은 네이버 계열사 크림, 무신사 솔드아웃, KT알파 리플, 아웃오브스탁, 프로그 등이다.

‘리셀’은 희소성 있는 상품을 구매해 차익을 붙여 재판매하는 행위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리셀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네이버·무신사 등 대형 기업 계열사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구매 진입장벽이 낮고 가격대비 활용성이 높은 스니커즈 운동화 중심으로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리셀테크’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리셀 플랫폼 사업자들은 회원 간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 뿐 아니라 정품 검수, 실시간 가격·거래현황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리셀 플랫폼이 회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선 불공정 약관들이 다수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서비스 이용약관을 심사했고 해당 사업자들은 불공정약관 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 솔드아웃은 이미 수정된 약관으로 시행 중이고 크림·아웃오브스탁은 이달 말까지, 프로그·리플은 내달까지 수정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다.

◆제품 검수·수수료 받으면서 책임은 면제?...리셀러 보호 강화=대표적 불공정 조항은 사업자 책임을 부당하게 면제하는 조항이다. 리셀 플랫폼들은 중간에서 상품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판매자와 구매자간 분쟁이 생기면 모든 책임은 회원들이 지고, 회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회사가 면책되도록 했다.

공정위는 플랫폼사가 하자·가품 상품을 등록한 회원에게 패널티를 제공한다는 점, 유료 검수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사업자 책임을 면제하는 건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플랫폼사들은 분쟁·손해 발생 시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다면 책임을 부담하기로 했다.

또 플랫폼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고객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았지만 앞으론 귀책사유 범위 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회원 게시물이 제3자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때도 지금까진 사업자가 책임지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고의‧중과실에 대해 책임 부담해야 한다.

크림·아웃오브스탁·리플 등은 ‘회사가 정하는 일정한 기준과 절차’ 등 불명확한 기준으로 수수료를 감면·면제해 온 조항도 공정위 지적을 받았다. 3개사는 구체적 서비스 수수료 감면 기준을 공지사항에 안내하도록 시정했다.
◆ 플랫폼 ‘입맛’대로 서비스 변경·중단 금지…시세·거래현황 제공해야=국내 1위 리셀 플랫폼 크림은 약관에 ‘무료 서비스’를 임의로 변경·중단할 수 있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회원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해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무료 서비스 중에서도 상품별 시세·거래현황 등과 같이 리셀 플랫폼 서비스 이용에 있어 꼭 필요한 정보들은 지속 제공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관련 서비스 미제공 등으로 고객에게 피해 발생시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공정위는 무료서비스 부분을 ‘프로모션 이벤트’로 한정하고 프로모션 이벤트 예시를 적어 조항 의미를 구체화하도록 했다. 관련 내용을 지적 받은 크림은 해당 프로모션에 대한 예로 무료 수수료·배송비 면제·추가 정산 등 예시를 명시했다.

프로그는 약관과 세부지침이 충돌할 시 세부지침을 따르도록 한 조항을 수정해 약관이 우선하도록 했다. 세부지침은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고객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솔드아웃은 모든 분쟁에 대한 재판관할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고정해놓은 약관을 ‘민사소송법에 따라 관할법원을 정한다’고 수정했다. 본사에 유리한 위치로 제한을 걸었지만 공정위는 회원들 응소에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공정위는 “시세가 변동하는 상품 거래를 중개한다는 점에서 기존 플랫폼들과 다른 리셀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심사를 진행했다”며 “불공정한 조항을 시정해 고객 손해 등에 대한 사업자 책임을 보다 강화하고, 수수료 등 감면 기준을 명확하게 고지하도록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