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리는 ‘망사용료’ 논쟁…국회는 법제화 착수(종합)

권하영 2021.11.25 17:32:33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가 촉발한 망 사용료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과 인터넷 망 환경이 달라진 만큼 CP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힌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대신할 대안으로 자체 구축한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캐시서버인 ‘오픈커넥트’ 기술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은 넷플릭스가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망 사용료를 회피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넷플릭스 측과 ISP간 의견 차가 뚜렷했다.

◆ 넷플릭스 “과거엔 망사용료 냈지만 지금은 아냐”

발제자로 참여한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콘텐츠전송디렉터는 “ ISP는 인터넷 유저들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CP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꾸준히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넷플릭스는 과거 일부 해외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했음을 인정했다. 볼머 디렉터는 “과거에는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고 OCA도 지금만큼 성숙되지 않아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볼머 디렉터는 “망 사용료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우리가 10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에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구축한 이유”라고 역설했다.

넷플릭스는 OCA를 통해 자신들이 유발하는 인터넷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ISP 측은 국내에서 백본망을 거쳐 최종 이용자로 이어지는 국내 망에서는 트래픽 영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 전문가 “넷플릭스도 요금 내야 하는 망 이용자”

또 다른 발제자인 조대근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넷플릭스가 촉발한 망 이용대가 논쟁과 관련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 또한 전기통신역무를 제공받음에 따라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대근 교수는 “CP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는 ‘이용자’”라며 “이들이 기가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역무에 대해 반대급부로 줘야 하는 게 요금, 즉 망 이용대가”라고 설명했다.

조대근 교수는 “인터넷은 원래 무료가 아니라 CP와 ISP간 상호무정산 형식으로 소위 ‘퉁’ 치는 것”이라며 “이때 무정산이란 서로 주고받는 정도가 비슷할 때 가능한 일종의 물물교환인 것이지, 그렇지 않을 때는 유료로 연결하는 ‘페이드피어링(Paid Peering)’ 방식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 “망 사용료, 어떻게 해야 할까?” 팽팽한 의견 대립

이날 이어진 토론에서도 망 사용료를 둘러싼 이견이 팽팽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 망 이용대가 개념은 우리나라 입법에 없는 개념”이라며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해야 하는데 정의 규정이 불분명한 상황”이라는 점을 짚었다.

구 변호사는 “ISP는 망에 대한 역할을, CP는 콘텐츠에 대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CP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는 것인지 반대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인지 관점에 따라 다른데 저는 후자라고 본다”고 생각을 전했다.

반면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넷플릭스가 말하는 캐시서버(OCA)를 설치해도, 국제 트래픽이 조금 감소하는 정도는 있지만 국내 백본망과 가입자망까지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한 부하는 똑같이 발생한다”며 “가입자를 볼모로 우월적 지위를 가진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거부하는 게 현실”이라고 역설했다.

◆ 국회 과방위 의원들,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추진

넷플릭스의 이 같은 망 무임승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는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김상희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이원욱 과방위원장 등이 대표발의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대형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최소한 망 사용료 협상을 치르게 할 수 있도록 한 법안들이다.

김영식 의원은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라고 하는 기술적 대안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면 그에 따른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협약이 잘 이뤄진다면 문제 없으나, 그렇지 않아 법으로 강제라기보다 협상을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욱 위원장 또한 “우리 국회가 인앱결제방지법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것도 결국 독과점 시장을 어떻게 공정하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것”이라며 “망 사용료도 국내 CP는 내면서 해외 CP는 내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준모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다른 의원들도 유사 법안 준비 중인 걸로 안다”면서 “여러 이해관계자 얘기를 경청해서 법안 논의가 있을 때 합리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논의 과정에서 좋은 방향으로 결론 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