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인사이트] 마침내 ‘글로벌 IT 공룡’ 잡았지만… 걱정 앞서는 ‘디지털 稅’

박기록 2021.10.12 10:22:17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역외 탈세’ 질의에 무성의하게 답변하는 모습, 그런 속터지는 장면을 이젠 더 이상 보지않게된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은 더욱 무거워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 포괄적이행체계(IF)가 총회를 개최하고 ‘디지털세(稅)’ 최종합의문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디지털세 최종 합의문은 이달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추인될 예정이며, 내년 준비단계를 거쳐 오는 2023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이로써 오랜 시간을 끌어왔던 일부 글로벌 IT공룡들의 역외 탈세 논란은 막을 내리게 됐다.

‘디지털세’ 합의문은 일반인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전문용어들 때문에 다소 난해해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히 2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일정 매출 규모 이상의 다국적 IT기업들은 앞으로 사업장(서버 등) 소재 유무와 관계없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도 예외없이 세금을 내야한다. 이 원칙을 못박은 것이 ‘필라 1’이다.

만약 A라는 다국적 IT기업이 글로벌 합산 매출을 계산해 통상의 이익(10%)를 제외한 초과이익을 올렸다면, 이 초과이익의 25%(과세 총량)에 대해 각 매출 발생국(시장 소재국)에서 과세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매출액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내 진출한 다국적 IT기업들은 앞으로 연간 수천억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라 2는 ‘최저한 세율’을 15%로 확정한 것이 골자다. 이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세율이 저렴한 조세회피(Tax Heaven)으로 도망가는 것을 막기위한 장치다. 과거 아일랜드처럼 낮은 세율로 다국적 IT기업을 유인해 조세 수입을 얻으려는 일부 국가들의 시도를 봉쇄한 것이다.  

‘디지털세’는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이기 때문에 일정 협의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나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2023년 시행에 들어가게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2년 초 ‘필라1’을 위한 다자협정 및 모델규정 마련, 2022년 중순 서명식 후 국내 비준과 입법을 거쳐 2023년 발효된다.  

‘디지털세’ 합의는 지난 수년간 치열한 다자 협의 끝에 나온 역사적 결과물이다. ‘이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기본적인 조세 원리주의가 비로소 정상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디지털세’ 도입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실익(實益)이 있는지는 지금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IT기업들에게 더 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적지않다. 지난 몇 년간 ‘디지털세’의 성격과 범위, 또 이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에 많은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디지털세’ 도입, 환호보다 경계해야할 것들

무엇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IT기업들도 당장 ‘디지털세’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됐다. 네이버 등 해외시장 확대를 서두르는 국내 빅테크 기업들도 대응을 준비해야한다. 앞으로 디지털세 대상이 되는 매출 기준도 낮아지기 때문에 디지털세 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디지털세’의 도입으로, 국내 IT기업의 입장에선 그동안 국내에 냈던 수천억원의 법인세를 이제는 매출이 발생하는 해외 각국에 분산해서 내야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선 납부해야할 세금의 총량이 바뀌지는 않는다. 해외에서 납부하는 세금은 국내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 IT기업들은 이제 해외 매출국들과 각각 ‘조세 마찰’을 원만하게 회피해야하는 행정적 부담을 안게됐다.

또 ‘디지털세’ 도입이 본격화됐을 경우, 이를 회피하기위한 글로벌 IT기업들의 ‘조세 전가’도 걱정거리다. 

디지털세는 국경을 넘을 때 과세되는 관세(關稅)의 성격을 갖는다. 특히 ‘필라 2’의 적용으로, 글로벌 IT기업들은 조세피난처를 찾을 수도 없다. 구조적으로 세금 부담이 기존보다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들은 결국 어떤식으로든 소비자에게 세금을 전가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서비스 이용 수수료율을 인상하거나 로열티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세수 부담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들면 앞으로 넷플릭스의 사용료가 인상될 수 있고, 유투브의 유료화 정책은 더 심화될지 모른다. 소비 비탄력성이 큰 독과점 시장에서 대체재가 없다면 고스란히 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디지털세’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게된다. 

국제 정세도 많이 달라졌다. 

당초 미국은 오바마, 트럼프 정권때는 ‘디지털세’에 반대했었다. EU가 미국의 IT기업들의 글로벌 사업을 방해한다고 보고, EU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로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관점을 달리해, 미국 기업들을 미국내에 붙잡아두고 고용을 늘리기위해 ‘디지털세’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만큼 강대국의 유불리에 따라 ‘디지털세’는 언제든지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우리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산을 넘으니 이제는 골이 걱정이다.

‘디지털세’합의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안주하기보다는 지금은 냉정하게 그 역효과를 고민하고 대응해야할 시점이다. 어쩌면 디지털경제 시대로 본격 진입하는 지금이 진정한 ‘디지털 조세’ 전쟁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