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트 폐쇄, 실효성은?…“VPN·DEX 등 이용될 것”

박현영 기자 2021.07.23 16:09:49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주로 해외 거래소를 쓰던 투자자들이 국내로 이동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외 거래소의 사이트가 폐쇄될 경우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거나 규제망 밖에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해외 거래소, 신고 안 하면 사이트 폐쇄…27개 거래소에 통지 완료”

22일 금융위원회는 “외국 가상자산사업자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며 신고하지 않는 거래소에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라도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 즉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경우에는 특금법을 따라야 한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 신고를 마쳐야 한다.

해외 거래소들이 특금법에 따라 영업신고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신고 마감 기한이 두 달여 남은 지금까지 신고 요건 중 하나인 ISMS(정보보호관리체계)를 획득한 거래소조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해외 거래소들이 불법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사이트 접속을 차단할 것이며, 특금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검․경 등 수사 기관에 고발하고, 불법 사업자 처벌을 위해 외국 FIU와의 협력, 국제 형사사법공조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금법에 따르면 신고하지 않고 영업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를 위해 FIU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외국 가상자산사업자 27개사에 대하여 9월 24일까지 특금법에 따라 신고해야 함을 통지했다. 또 신고하지 않고 계속 영업하는 경우에는 특금법에 따라 처벌받게 됨을 알린 상태다.

◆바이낸스 주거래소로 쓰는 투자자 다수…“VPN 쓸 것”

현재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바이낸스, FTX,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바이비트 측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 고객이 전체 고객의 15~20%를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바이낸스의 경우 거래량이 세계 최대일뿐더러 상장 자산이 많아 국내 투자자들도 주거래소로 많이 사용한다. 때문에 국내 금융당국의 주요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9월 24일까지 영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사이트가 막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바이낸스를 주거래소로 사용하는 투자자들은 VPN을 사용해 우회적으로 접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거래소에 없는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만, 국내에선 허용되지 않는 마진거래, 선물거래 등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바이낸스를 이용해왔다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바이낸스 사이트가 막히면 당연히 VPN을 사용할 것”이라며 “조금 번거롭겠지만 다른 투자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할 것이고, 사이트 폐쇄가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당국이 VPN을 사용하는 개인 투자자 한 명 한 명을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FIU 관계자도 “특금법 상 처벌 조항에 따라 수사기관이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투자자 한명 한명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지 감시하기에는 행정력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 밖’ DEX 수요 커질 수도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돼있지 않은 가상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탈중앙화거래소(DEX)로 몰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VPN으로 우회 접속할 순 있지만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규제망 밖에 있는 DEX를 이용할 것이란 의견이다.

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는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다. 단순히 P2P(사람 간) 거래를 위한 플랫폼만을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즉 거래 플랫폼만을 마련해놓은 DEX는 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은 전 세계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국내 거래소에 없는 유먕 가상자산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매우 많다”며 “이런 경우 DEX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에는 DEX를 통해서도 선물거래나 스테이킹(예치) 같은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중앙화 거래소가 제재를 받을 경우 DEX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