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1 금융IT⑬] 다시 부는 ‘레거시’ 혁신의 바람…금융권 차세대 사업 점화

박기록 기자 2021.07.23 10:24:25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초 발간한 <2021년판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으로, 편집 사정상 책의 내용과 일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 “디지털금융 확장, 기존 레거시시스템으론 한계” 금융권 공감대 
- ‘계정계’ 시스템 혁신 필요성도 확대,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탄력
- “폭넓은 클라우드 전환이 주목적” x86 기반 차세대 추진 논의 가속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 기자] 2021년, 금융권에 새로운 ‘차세대시스템’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10여년 만에 부는 혁신의 바람이다. 국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을 시대별로 구분한다면, ‘3번째(세대) 바람’(3rd Wave)이다. 
 
금융권 주전산시스템의 환경이 메인프레임(mainframe)으로 뒤덮였던 2000년대 이전의 환경을 1기라고 한다면, 이후 지난 20년간 유닉스(UNIX) 중심의 개방형 분산시스템으로 주전산시스템 환경이 전환된 시기가 2기다. 

그리고 2021년, 이제 x86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이 이제 은행권을 중심으로 역사적인 막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올해 5월부터 42개월의 일정으로 착수한 3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더 넥스트(NEXT)’사업이 가지는 시대적 함의가 특별한 이유다.
 
그렇다면, 금융권은 왜 지금 x86을 기반으로 한 3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기 시작한 것일까. 

이유는 많다. 먼저,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에서 지속적인 혁신성을 유지해야하고, 금융 상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개발할 수 있어야한다. 여기에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데이터를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처리하려면 기존의 전산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IT 혁신 기술들도 지난 몇 년새 눈에띠게 발전했다. 지난 수년간 지속돼왔던 x86서버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은 없다. 

특히 금융회사의 입장에선, 막대한 IT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위한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전환도 용이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 기간시스템을 유닉스 체제에서 x86기반으로 전환(U2L)이 전제돼야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는 현실적으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결국,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3기 차세대시스템 사업 추진의 본질적인 이유는 클라우드 체제 전환을 위한 기존 레거시(Legacy)시스템의 개편이다. 향후 유닉스를 대신해 주전산시스템을 맡게될 x86서버의 성능 이슈는 본질이 아니다.  

◆예상보다 빨라진 금융시장 변화, IT대응 전략 변화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논의중인 3세대 차세대시스템 추진 논의는 사실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시기보다 상당히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국내 대형 금융회사들은 지난 몇 년간 x86기반의 주전산시스템 전환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그 시급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금융권에서는 “계정계를 따로 손보지 않더라도 정보계 중심의 혁신을 통해 충분히 차세대시스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빅데이터 분석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서비스 경쟁이 금융권 IT혁신의 7할을 차지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금융권이 생각했던 것보다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이 빨리 시작됐고,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지원할 IT인프라의 규모와 기존보다 빠른 처리 능력, 신상품 출시 속도 등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IT인프라는 전체 보유 자원의 70~80%를 사용하면 그것이 현실적인 최대 가용량이다. 이 수준을 넘어가면 예비 자원을 확보해 유사시에 대응해야한다. 물론 클라우드를 통해 볼륨을 적절하게 분산시켜나가는 방법이 있지만 계정계시스템의 혁신은 단순히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를 증설해 불륨을 분산시키는데 있지 않다.  

한편 과거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금융권 전산 환경이 전환될 때도 그랬듯, 다시 x86중심으로 변화하게 된다면, 향후 몇 년간의 시차를 두고 IT개발 및 운영 전략 전반에 연쇄적인 변화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IT인프라를 구성하는 기존의 거의 모든 요소 기술들이 지금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금융권에서 부는 차세대시스템 바람은 당연히 국내 IT산업의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3세대 차세대시스템', 빠른 구현 전략은? 

현재 금융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의 기술적 요구사항들을 요약하면, ▲클라우드 환경을 적극 수용하는 코어시스템 ▲대용량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오픈 기반의 아키텍처 구현,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배포하기 위한 오픈 아키텍처 구현 등이다. 물론 코어뱅킹의 본질적인 기능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즉 ▲대량의 안정적인 거래처리 능력 ▲거래당 저렴한 처리비용 ▲서비스 출시 속도 등이다.

금융권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3세대 차세대시스템의 혁신에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할 시점이 됐다. 기존의 ‘빅뱅’방식의 차세대시스템 추진 방식으로,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 시대에 맞는 레거시 시스템의 혁신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은 제한된 시간과 책정된 비용(예산)을 투입하고, 그렇게 투입한 자원만큼의 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혁신 기술의 발전 속도, 너무 빨리 변화하는 시장 환경, 복잡해진 금융서비스 요구를 고려하면 앞으로 시간 관념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국내 금융권의 기존 빅뱅식 차세대시스템 개발 사례에서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주어진 수십개의 업무시스템 혁신 과제를 수행하고, 특정일에 동시에 오픈하는 것으로 완결됐지만 지금은 오픈한 다음날부터 다시 새로운 개발 요건이 쏟아진다. 결국 치세대시스템으로 전환을 서두르되, 구축 방법에 있어서는 과거와는 다른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차세대시스템 ‘코어뱅킹’ 혁신 방법론과 관련해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관련 뱅크웨어글로벌 이은중 대표는 “2~3년의 기간이 주어진다해도, 은행이 원하는 수준의 차세대시스템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제한된 IT예산과 시간으로 다양한 신기술, 시장 변화, 혁신성을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고민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의 경우, 그 해법으로 ‘디지털 코어뱅킹 플랫폼’ 전략을 시장에 제시하고 있다. 이 전략은 ‘은행 코어뱅킹 혁신이 필요한 것은 일부분’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금융회사가 혁신을 원하는 것은 핀테크기업, 인터넷은행, 빅테크기업 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인데, 이에 대한 빠른 대응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굳이 빅뱅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빠른 처리능력, 신상품 개발 속도, 비용부문 등에서 부분 혁신이 필요하면 시스템의 전면 교체 대신 일부 기능만 혁신해 사실상 별도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이러한 ‘디지털 코어뱅킹 플랫폼’ 전략을 통해 비용은 기존의 10%, 성능은 초당 10만건 처리, 신상품 출시 속도 10배 증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현재 국내 금융권 코어뱅킹시스템에서 요구되는 기능은 거의 공통적이다. 예를들면 ▲기존보다 확장성 있는 상품 팩토리 성능 ▲실시간 분석 정보의 연계활용 ▲클라우드 지향의 플랫폼 – 무한 확장을 통한 IT운영비용의 경쟁력확보 ▲플랫폼 제휴기업에게 쉽고 안정적인 오픈 API 제공 ▲MSA(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기반으로 지속적 개선이 용이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구조 등이다.  

금융상품을 신속하게 개발하기위한 ‘상품 팩토리’ 기능은 2000년대 초반, 국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개발 사업 추진의 핵심 동기였다. 디지털금융 시대로 넘어오면서 상품 팩토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고도의 개인화된 상품, 통합 금융상품 유통플랫폼 구축 등도 동시에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MSA는 차세대시스템 개발시 시장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위한 체계도 핵심적인 요구사항이다. 서비스와 기능을 분리해서 쉽게 서비스를 빌드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서비스와 기능을 제대로 분리해서 설계하지 못하면 시장 대응이 늦을 수 밖에없다. 또한 진정한 확장성(Scale Out)이 가능하려면 분산데이터베이스 기반의 거래 정합성도 확보돼야한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