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홈쇼핑①] 송출수수료 인상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안나 기자 2021.07.15 14:45:31

TV홈쇼핑 업체들이 ‘자릿세’ 개념으로 유료방송에 내는 송출수수료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방송매출 절반 이상을 넘었다. 신성장 동력으로 모바일 기반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점찍고 e커머스·SNS와 함께 맞붙고 있지만 명확한 규제가 없어 혼란스럽다. 모바일 경쟁에선 주 고객이던 중장년층 외 젊은층 확보도 중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홈쇼핑업계가 처한 위기와 대응 전략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홈쇼핑 업계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만큼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탈(脫)TV화가 진행되는 한편 채널경쟁은 심화됐다. 높아진 송출수수료가 부담이지만 매출 및 영업이익률 유지를 위해선 목 좋은 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 이에 자체상품(PB)을 늘려 중소기업 등용문이라는 공적 역할이 희석되기도 한다. 높은 송출수수료를 두고 유료방송이 자연스러운 시장논리라고 말하는 한편 홈쇼핑들이 정부 중재를 원하는 이유다. 

◆ 홈쇼핑 판매수수료가 유독 높은 이유는=홈쇼핑 업체들은 방송을 통해 협력업체 제품을 판매해주고 판매수수료율을 받아 수익을 남긴다. 홈쇼핑 판매수수료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 유통채널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이다. 전문 쇼호스트가 1시간가량 쉬지 않고 상품을 홍보해주고 방송 구성·공간·장비 등을 모두 홈쇼핑이 맡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그러나 홈쇼핑 협력사 중 중소기업 비중이 7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판매수수료율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홈쇼핑 7개사 중소기업 상품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0.2%다. 공영쇼핑과 홈앤쇼핑 수수료율이 20%로 상대적으로 낮을 뿐 실상 10만원짜리 제품을 팔면 3~4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내는 셈이다. 여기에 표면화되지 않은 비용까지 더하면 협력업체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판매수수료가 모두 TV홈쇼핑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안엔 유료방송사업자, 즉 방송채널 주인에게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포함된다. 채널 활용 대가인 ‘자릿세’와 같은 개념이다. TV홈쇼핑 채널 위치는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좋은 위치일수록 송출수수료가 높다.

문제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산정기준이 없어 매년 대규모 자금을 쓰며 불가피한 경쟁을 벌인다는 게 홈쇼핑업계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지난해 홈쇼핑 방송사업매출은 3조8108억원 정도이지만 이중 2조234억원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방송 매출 53.1%를 자릿세로 지출한 셈이다.

◆ TV홈쇼핑 성장 정체되자 유료방송과 갈등↑=유료방송 중 인터넷TV(IPTV)는 매년 20~30%씩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높인다. IPTV 업계는 플랫폼 영향력에 따라 채널경쟁을 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시장논리라고 설명한다. 국내에는 실시간 TV홈쇼핑채널 7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0개가 경쟁 중이다. 주요 채널은 대부분 실시간 홈쇼핑 채널이 자리잡고 있지만 최근 T커머스가 공격적 영업에 나서며 채널 경쟁에 불을 당겼다.

IPTV는 2017년을 기점으로 총 가입자 수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케이블TV를 넘어섰다. 이후 가입자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17년까지 가입자당 월간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케이블TV가 4489원, IPTV가 2845원으로 차이났지만 이후 인상률을 높이며 2019년 케이블TV 4618원, IPTV 4411원으로 차이가 좁혀졌다. IPTV 성장이 홈쇼핑 매출 상승에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GS·CJ·롯데·현대 등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매년 평균 10% 내외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성춘 K미디어랩 전문위원은 “TV홈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확실한 시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에 홈쇼핑 업체들이 채널 확보를 놓지 못하는 것”이라며 “유료방송과 홈쇼핑 계약은 사적계약이고 경매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홈쇼핑도 필요한 만큼 금액을 내고 채널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정부 개입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홈쇼핑업계에선 과거와 달리 현재는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케이블TV 때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송출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모바일 결제를 유도하기도 하고 협력업체 대상 판매수수료율을 올려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부에선 중소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홈쇼핑 업체들에 판매수수료 인하를 지속 요구하고 있다. 홈쇼핑 재허가 조건으로 판매수수료 인하를 내걸기도 한다.

홈쇼핑 입장에선 송출수수료 비중은 높아지는데 판매수수료를 높이는 건 정부 눈치가 보이는 상황. 대안으로 홈쇼핑 업체들이 영업익을 늘리기 위해 선택한 건 자체상품(PB) 확대다. GS·롯데·CJ 등 주요 업체들은 패션이나 신선식품·건강기능식품 PB상품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이 PB제품을 확대할수록 중소기업 판로가 점점 사라져 공적 역할도 희석된다"며 "장기적으로 소비자들 역시 제한된 대기업 상품만 TV에서 볼 수 있게 되면서 후생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 사업자간 이해관계 첨예…정부 가이드라인 내놓을까=송출수수료 문제 해결방안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및 학계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송출수수료 총액 설정 후 경매로 채널번호를 배정하는 송출수수료 상한제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유료방송 재승인시 송출수수료 매출 비중을 소폭 줄이는 조건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대안들의 공통점은 유료방송이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신료 정상화·콘텐츠 품질 등 고유 역할 확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홈쇼핑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SO 38.6%, 위성방송 33%, IPTV 25.9%로 모두 전년대비 증가했다.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유료방송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충분히 홈쇼핑 사업자들을 압박해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러한 비즈니스가 앞으로 얼만큼 갈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며 “유료방송은 어떻게든 ARPU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 등 다른 사업자들과 싸우기보다 같이 가야한다”고 전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가 IPTV와 홈쇼핑이라는 대기업간 갈등이 아닌 소비자후생 저하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떠오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유료방송 상생협의체를 구성, 사업자간 합의를 권장하고 있다.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오는 27일 공청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안할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 남영준 OTT활성화지원팀장은 “이해관계자들 입장차가 워낙 크고 홈쇼핑 내에서도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며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로 계속 협의하며 의견차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