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세금도 망 사용료도 안 내겠다는 넷플릭스

최민지 2021.06.22 14:12:29

-SKB vs 넷플릭스 망사용료 소송전, 재판부 25일 결론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세청 세금 추징에 불복 의사를 시사한 넷플릭스가 한국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 판결은 오는 25일 예정돼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올 한 해 5500억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약속하고 한국인 핵심 임원을 줄줄이 승진시키는 등 한국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전세계 시장에서 흥행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넷플릭스에 이익을 가져다줄 중요 콘텐츠 생산기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동시에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세금도 망 사용료도 내지 못하겠다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넷플릭스 국내 매출은 4154억5005만원, 영업이익은 88억2048억원, 당기순이익은 63억3070만원이다. 넷플릭스는 네덜란드 법인에 한국 이용료를 재판매하면서 법인세를 0.5%만 지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지급한 법인세는 약 21억8000만원이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간 세무조사를 진행, 약 800억원 세금을 추징하고 자료 제출 비협조에 따라 과태료도 부과했다.

넷플릭스는 법적 절차를 통해 국세청 처분 적합 여부를 다시 판단받겠다는 입장으로, 사실상 불복 의사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망 사용료에 있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소송을 진행했다. 넷플릭스 법적 대리인은 국내 최대 법무법인으로 꼽히는 김앤장이 맡았다. 네이버, 카카오, 왓챠 등 국내 기업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역차별 논란과 함께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국내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ISP뿐 아니라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네트워크 품질에 대한 공동책임을 함께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페이스북처럼 넷플릭스도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택배를 발송할 때도 작고 가벼운 물건과 크고 무거운 물건에 책정되는 요금이 다르다. 고속도로에서조차 경차와 덤프트럭 간 통행료 차이가 있다. 넷플릭스는 택배를 발송할 물건을 제작할 때 이미 돈을 지불했으니, 그 물건을 전달하는 건 전적으로 택배회사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택배 물품이 점점 커지고 무거워지고 개수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를 바라고 있다. 넷플릭스도 제공하는 콘텐츠의 품질에 따라 소비자에게 요금을 차등해 받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고객으로부터 인터넷 이용료를 받고 있으니 콘텐츠 사업자는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는 접속이 아닌 연결만 했기 때문에 접속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넷플릭스는 서비스 제공 국가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OCA 정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품질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마치 해외 인터넷쇼핑몰이 국내에 물류센터(OCA) 하나 만들어놓고 물건(콘텐츠)도 가져다 놓을 테니 배송(트래픽)은 택배회사(ISP)에서 무료로 알아서 하라는 의미와 다름 없다”며 “해당 국가 내에서 ISP를 통해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트래픽 부담과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승소하면 ‘인터넷은 무료’라는 잘못된 개념이 나오면서, 공유지의 비극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망 중립성은 ISP가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일 뿐, 무상으로 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재판부가 넷플릭스 손을 들면 넷플릭스뿐 아니라 국내 콘텐츠사업자를 비롯해 한국시장에 진출 예정인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망 사용료 면제권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한 네트워크 관리‧유지 비용을 ISP에게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최종 선고에 앞서 변론재개를 신청한 상태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최종 선고는 미뤄질 예정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