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슈퍼컴퓨터, ‘톱500’ 등재되면 과연 몇 위일까

백지영 기자 2020.10.17 10:39:31

-엔비디아 DGX1 슈퍼포드 기반 ‘셀린’ 아키텍처로 추측
-6월 순위서 7위 오른 시스템 절반 성능, 20위권 내 진입 예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네이버가 최근 700 페타플롭(PF) 성능 이상의 슈퍼컴퓨터를 구축,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혀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700 PF는 1초에 70경번의 소수부동점 연산이 가능한 수치다. 발표된 수치로만 보면,  ‘톱500 슈퍼컴퓨터(top500.org)’에 1위에 오른 일본 후가쿠(415PF)보다 약 1.7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가 후지쯔와 함께 개발한 후가쿠에는 무려 약 1100억엔(한화로 약 1조 1982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일본은 후가쿠를 통해 2011년 K컴퓨터 이후 9년 만에 1위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500대 상위 슈퍼컴퓨터 순위는 매년 6월과 11월 두차례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에서 발표된다.
 
네이버는 이번 슈퍼컴퓨터 구축을 통해 사람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문장과 글을 생성하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주목받는 언어모델 ‘GPT-3’를 능가할 한국어·일본어의 초거대 언어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이달 중으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면, 오는 11월 발표되는 톱500 순위에 등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만약 네이버의 슈퍼컴퓨터가 예정대로 구축될 경우 몇 위에 오를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성능컴퓨팅(HPC) 업계에선 네이버가 엔비디아 DGX A100 기반의 셀린(Selene) 기반으로 슈퍼컴퓨터를 구축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엔비디아 셀린은 수주 내 구축이 가능한 대규모 GPU 클러스터용 공개 레퍼런스 아키텍처다. 

셀린은 엔비디아가 지난 5월 발표한 첫 암페어 아키텍처 GPU ‘A100’로 구성된 DGX A100 서버와 지난해 인수한 멜라녹스의 인피니밴드 네트워킹 기술, AMD 에픽 프로세서 등이 결합된 DGX 슈퍼포드(SuperPOD)로 구성됐다. 

엔비디아는 최근엔 엔터프라이즈용 DGX 슈퍼포드도 발표했다. 이는 턴키형 AI 인프라로 기업들이 AI 슈퍼컴퓨터를 단 몇 주 만에 구축하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20개에서 140개에 이르는 개별 엔비디아 DGX A100 시스템 클러스터 단위로 제공된다. 

멜라녹스 HDR 인피니밴드 네트워킹과 상호 연결된 20 유닛 모듈로 판매되는 DGX 슈퍼포드시스템은 100 페타플롭(PF)의 AI 성능으로 시작하며, 가장 복잡한 AI 워크로드를 실행하기 위해 최대 700 페타플롭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는 네이버가 발표한 700 페타플롭과 일치한다. 지난 6월 ISC에서 7위에 등재된 엔비디아 셀린 시스템은 DGX A100 슈퍼포드 280대로 구축됐는데, 실측 성능은 27.8PF다. 

슈퍼컴퓨터 업계 관계자는 “DGX A100 140대면 INT8 이론 성능으로 700PF 정도 나오는데, 7위에 오른 셀린이 이 두 배인 280대로 구성됐다"며 "실측성능이 27.6PF였다면 네이버는 그 절반인 14PF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셀린은 전력 당 성능 효율을 나타내는 그린500 슈퍼컴퓨터 리스트에서도 후가쿠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 관계자는 “셀린은 AI 훈련 및 추론을 가속화하도록 설계됐는데, 아무래도 AI가 대세다 보니 이를 빠르고 에너지효울을 높여 구축하려는 기업들이 엔비디아 DGX 슈퍼포드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고 부연했다.

지난 6월 순위 기준 14PF에 해당하는 시스템은 16위에 오른 미국 에너지부 산하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국립에너지 연구과학 컴퓨팅 센터(NERSC)의 ‘코리’다. 코리는 14.01PF을 기록했다. 뒤를 잇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은 13.9PF를 기록해 17위에 랭크됐다. 

만약 네이버가 엔비디아 DGX 슈퍼포드를 이용해 이달 말까지 슈퍼컴퓨터를 구축한다면 20위권 내 순위 진입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측은 “엔비디와의 협업을 통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려는 것 외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우선 이달 말까지 시스템이 예정대로 구축된다면, 그 때 순위 등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