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반으로 주력사업 재편 서두르는 기업들…‘업의 본질’ 일탈인가 혁신인가

이상일 기자 2020.10.17 09:28:51

- 탈 업종, 탈 영역 가속화, 대기업들 변신으로 생태계도 전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 통신, 유통, 제조업 등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온 대기업들의 탈 업종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 불확실성 높아진 시장 환경에서 생존의 전략 키워드를 찾기위한 사투다.  

화두는 ‘디지털’이다. 비대면 환경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빠르게 일상생활과 결합되고 있는데다 전 세계 경제의 비가시성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자사의 비즈니스를 근본에서 다시 확인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슷한 사업끼리 묶거나 핵심역량이 아닌 사업을 분사시키는 등 조정이 일어나는 한편 이종 산업과의 결합이 벌어지는 등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업의 본질'에서 벗어난 행보가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욱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누구의 선택이 맞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데이터 회사 변신 나선 금융권 =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미 대형 금융사들의 탈 금융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도 잘 알려진 싱가포르의 DBS은행의 경우, 인공지능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상징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KEB하나금융은 2019년 ‘손님 중심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 전환을 선언하고 탈 금융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신한금융그룹도 그룹 통합의 연구개발(R&D) 센터인 ‘신한디지털혁신연구소(SDII, Shinhan Digital Innovation Institute)’를 6월부터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단순히 금융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라기보다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본격적인 R&D 집단이다. 

신한디지털혁신연구소 관계자는 “금융과 반드시 연결된 기술만 보지 않고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AI와 같은 곳은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  대학의 전문 기관보다 논문 수등에서도 월등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도 인공지능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는 등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전과 달리 벤더가 제시하는 IT기술과 서비스를 받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그룹의 IT인력 확보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은행원’이라는 명칭에는 ‘돈의 흐름 및 관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면 이제는 ‘디지털’이 은행원의 성격을 규정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통신-유통도 업종 전환 = SK텔레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모빌리티 전문 기업’ 설립을 의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모빌리티 산업은 ICT를 통해 사람의 이동·물류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 전반을 뜻하며 미래 사회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SKT는 T맵 플랫폼, T맵 택시 사업 등을 추진해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연내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 임시 주주총회는 11월 26일이며 분할 기일은 12월 29일이다.  

SKT는 이미 이전부터 탈 통신을 본격화한 바 있다. SK(주)C&C에서 IT서비스에 대한 노하우 확보와 미래 ICT에 대한 전략을 주도한 박정호 대표가 SKT에서 ICT를 중심으로 한 체질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SK(주)C&C 자회사였던 SK인포섹을 SKT로 이동한 후 자회사로 편입해 이루어진 보안 사업 매출을 증가시키기도 했다. 통신회사가 IT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글로벌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 AT&T를 비롯해 오렌지 등 다양한 글로벌 통신업체들이 IT서비스 전문사로서 통신 기반의 다양한 B2B, B2C 사업을 전개하는 추세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핵심인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도 변신은 계속 = 네이버와 CJ그룹이 손을 잡는 것도 이종산업간 결합이 구체화되는 것으로 주목된다. 네이버와 CJ는 이커머스와 물류·콘텐츠 등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자는 취지에서 주식 맞교환 사업제휴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CJ그룹 산하 계열사인 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네이버가 주식을 맞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CJ가 가진 역량 중 하나인 이커머스와 물류와의 시너지 효과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간편결제 등 온라인에서의 결제 사업 시너지 및 사업 조정 여부다.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CJ가 ‘CJ ONE’을 중심으로 한 멤버십 서비스와 결제 사업에서 양사가 협업할지 관심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페이 포인트와 CJ포인트의 교환에 의한 결합 사용 등이다. 

네이버와 관련해 NBP도 네이버클라우드로 사명을 변경하고 네이버의 모든 기업 대상(B2B) 비즈니스를 총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플랫폼 ‘네이버 클로바’의 기업용 서비스 부문과 기업용 헙업툴 ‘웍스모바일’의 한국 부분 사업을 흡수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경우 B2B는 물론 B2C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인공지능 스피커 부분인데 네이버 클로바는 기업용 시장에서 활용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KT가 ‘기가지니’ 서비스 기반의 호텔 서비스 데스크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SKT ‘누구’도 호텔 등 서비스 업종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도 네이버 자사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던 ‘클로바’를 대외 서비스로 확대하는데 집중할 것 으로 보인다.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콜센터 인공지능 사업 및 은행 디지털 거점 지점에서의 인공지능 스피커 활용 등이 거론된다. 

한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1년 산업 전망 보고서’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충격과 정책지원으로 언택트/디지털/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가팔라지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조정되는 등 산업 생태계 변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정보서비스업이 검색 및 메신저 등 플랫폼 분야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커머스, 결제, 콘텐츠 등 타 사업으로의 확장이 진행되면서 이들 기업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금융, 제조, 유통 등의 산업군의 혁신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