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혐의’ 업비트 항소심, 쟁점은? “유죄나온 다른 거래소들과의 차이”

박현영 기자 2020.09.16 14:07:08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의 항소심 첫 재판이 16일 열렸다.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코미드, 코인네스트, 한국블록체인거래소 등 유죄를 선고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업비트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가 될 전망이다. 

또 업비트가 회원들에게 암호화폐를 매도할 때마다 매도 체결 수량에 알맞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는지가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할 때마다 실제 자산 보유했나” 1심에서 이어지는 주요 쟁점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이날 사기 등 혐의를 심리하기 위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송 의장과 남 모 재무이사, 김 모 퀀트팀장이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항소심 주요 쟁점은 1심 때와 같은 ▲업비트 계정 ‘ID 8’의 허위 거래 여부 ▲ID 8의 거래가 일반 회원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사기 성립 여부) ▲앞선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판례와 업비트와의 차이 등이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사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의장과 업비트 운영진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업비트 운영진이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8’이라는 ID를 만든 뒤, 실제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매도가 체결되는 허위 거래를 지속해 이득을 챙겼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또 허위 거래로 인한 주문체결 수나 거래량 등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를 유도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검찰 측 주장은 항소심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검찰은 “일반 회원들은 실제 돈이나 암호화폐를 입금해야만 거래할 수 있는데, ID 8은 입금 없이 포인트만 입력해서 거래했다”며 “코미드 등 앞선 판례를 참고했을 때 이는 ‘허위 충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2017년 10월 24일 12월 30일까지 두나무가 회원들에게 매도한 비트코인의 수량보다 그 기간 동안 두나무가 획득한 비트코인의 수량이 더 많다”며 “당연히 가지고 있는 자산을 매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ID 8이 거래한 전체 비트코인의 양보다 두나무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양이 더 많았으므로, 실제 자산이 없는데도 매도가 체결됐다는 검찰 측 주장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검찰은 “그 기간 동안 두나무가 얼마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중요하지 않다”며 “거래 행위 당시에 실제 그만큼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10월 28일 하루의 비트코인 거래만 봐도, 두나무가 매수한 비트코인보다 매도한 비트코인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기간 동안 두나무가 얼마 만큼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증명할 게 아니라, 거래 한 건 한 건이 체결될 때마다 체결 수량만큼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도 검찰과 변호인단의 쟁점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변호인단에 이를 확실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각각의 거래마다 자산 보유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건 기간 동안 업비트가 보유한 자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거래 시점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시스템 문제로 인해 특정 시점에 ID 8에 있던 암호화폐 보유량이 얼마인지 확인이 안 된다”며 “그래서 역추적 방식으로 두나무가 실제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ID 8 거래에 쓰인 자동 주문 프로그램 화면을 다음 재판 때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다”며 “피고인들이 실제 보유한 자산 범위 내에서 주문이 나가게끔 했다고 주장하는데 프로그램 화면에선 그게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죄’ 받은 한국블록체인거래소와 무슨 차이?…두 번째 재판 주요쟁점 될 듯

피고인들이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받으려면 업비트는 앞서 유죄를 선고받은 다른 거래소들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검찰은 코미드, 코인네스트, 한국블록체인거래소 판례에서 인정된 법리에 따라 업비트의 거래 행위는 허위라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검찰 측과 변호인단에 “두 번째 재판에서는 앞선 세 거래소 사례와 업비트 간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세 거래소 모두 실제 자산을 입금하지 않은 채 허위 거래로 거래량을 부풀린 ‘자전거래’로 인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터무니없이 큰 금액을 허위로 거래한 코미드나 코인네스트보다 한국블록체인거래소의 사례가 업비트와 비슷하다고 봤다. 한국블록체인거래소 대표는 실제 돈을 입금하지 않고 허위 거래를 한 혐의를 받아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변호인단은 “다른 사건들은 실제 자산이 없는데도 매도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했지만 업비트의 경우엔 1심에서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블록체인거래소는 암호화폐를 매도한 자금을 개인 명의 계좌로 인출해서 횡령 혐의도 받았는데, 업비트의 ‘ID 8’은 아예 출금을 할 수 없는 계정이어서 자금을 인출한 적 없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앞선 판례들과 업비트 사례를 함께 검토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은 오는 11월 20일 열릴 예정이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