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디파이 이자농사…‘거품’ 주의보

박현영 기자 2020.09.01 12:53:31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예치해 또 암호화폐를 얻는 ‘이자 농사’가 인기를 모으면서 이자 농사 모델을 채택한 디파이 관련 암호화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블록체인 데이터제공업체 댑레이터(DAppRadar)에 따르면 디파이 서비스 신세틱스(Synthetix)에 예치된 금액이 10억달러(1조 1863억원)를 돌파했다. 디파이 서비스들은 보통 예치된 금액 규모로 시장 점유율 순위를 따진다. 예치 규모가 1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메이커다오(MakerDAO), 아베(Aave), 컴파운드(Compound) 등이다.

또 디파이 서비스 와이언파이낸스(Yearn Finance)의 토큰 와이파이(YFI) 가격은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1195% 가량 올랐다. 보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와이언 파이낸스와 신세틱스 모두 암호화폐를 예치해 또 암호화폐를 얻는 이자 농사가 가능하다.

◆이자 농사가 뭐길래? 컴파운드에 와이언파이낸스까지

이자 농사로 가장 먼저 인기 몰이를 한 것은 컴파운드다. 컴파운드는 이더리움(ETH), 다이(DAI) 등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cETH, cDAI를 발행하는 서비스다. 맡긴 이더리움이나 다이에 대해선 이자가 쌓인다. 이자는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복리로 쌓이고, 사용자는 이자를 받으면서 동시에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컴파운드의 이자 농사는 지난 6월 컴파운드가 거버넌스 토큰인 COMP를 공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디파이 서비스들은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한 사용자들의 투표로 서비스의 크고 작은 사항이 결정된다. 따라서 컴파운드 역시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했다.

이 때 컴파운드는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사용자들에게 보상 형태로 COMP를 지급했다. COMP의 발행 물량이 정해져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COMP가 거래소에 상장되기 시작하면서 거버넌스 투표에 참여하려는 목적보다 투자 목적으로 COMP를 보유하려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를 예치해서 또 다른 암호화폐를 얻으려는 이자 농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일주일만에 COMP 가격이 600% 상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와이언파이낸스도 비슷한 모델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자동 시스템에 따라 이자율이 높은 곳에 예치해준다. 이렇게 예치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상으로 와이파이 토큰을 받을 수 있다. 이자를 받으면서 또 다른 토큰도 받는 이자 농사를 할 수 있다.

◆파생 상품 서비스에서도 이자 농사 열풍

예치 규모 10억달러를 돌파한 신테틱스는 서비스 내 자체 토큰인 SNX를 담보로 맡기고 합성자산인 신스(Synth)를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합성자산이란 다른 자산의 가격을 그대로 따라가는 자산을 의미한다. Synth에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다른 암호화폐의 가치를 따라가는 Synth와 엔화, 유로화 등 법정화폐의 가치를 따라가는 Synth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기축자산처럼 쓰이는 기본 Synth는 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일종의 스테이블코인 ‘sUSD’다. sUSD는 파생상품에 투자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신테틱스에 있는 파생상품은 Synth의 종류이기도 한 sBTC, iBTC, sETH, iETH 등이다. sBTC는 비트코인(BTC)의 가격을 그대로 따라가는 자산이며, iBTC는 BTC 가격을 역의 방향으로 따라가는 자산이다. 즉 sBTC에 투자하면 마진 거래에서 BTC에 ‘롱 포지션(가격이 오르는 쪽에 베팅하는 것)’을 취하는 것과 같고, iBTC에 투자하면 ‘숏 포지션(가격이 떨어지는 쪽에 베팅하는 것)’을 취하는 것과 같다.

이런 파생상품은 신테틱스의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거래할 수 있다. 이 때 거래 수수료는 SNX를 담보로 맡겨둔 이용자들에게 보상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이용자들은 SNX를 담보로 맡기면서 이자를 받는 동시에, 보상으로 SNX를 또 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를 예치해 또 암호화폐를 얻는 ‘이자 농사’ 형태다.

◆폭발적인 성장세에…이자 농사 '거품' 주의보

다만 이자 농사 모델을 채택한 디파이 서비스들이 너무 빠르게 성장하면서 ‘거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디파이 서비스들의 암호화폐 가격과 예치금 규모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때문에 출시 하루만에 5000억원이 넘는 예치금을 모았다가 이틀 만에 서비스 실패를 선언한 얌 파이낸스(Yam Finance) 같은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또한 디파이 서비스들이 자체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한 이유는 서비스를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함인데, 거버넌스 토큰이 투자용으로만 알려지는 이상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안드레 크로녜(Andre Cronje) 와이언파이낸스 창업자는 지난달 31일 열린 ‘2020 스마트컨트랙트 서밋’에서 “현재의 디파이 붐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이렇게 많은 자금이 유입되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매우 큰 규모로 돈을 벌고있기 때문”이라며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한 것이 이러한 붐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디파이 서비스 자체를 이용하기 보다 거버넌스 토큰을 얻기 위해 디파이 서비스에 돈을 붓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래리 세르막(Larry Cermak) 더블록 애널리스트도 트위터를 통해 “투기꾼들이 경작한 토큰(거버넌스 토큰)을 시장에서 매우 높은 가격으로 계속해서 사야만, 예치한 사람들에게도 계속 높은 이자가 지급된다”며 이자 농사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