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전략에 좌우”…2020년 금융 차세대시스템에 부는 새바람

박기록 기자 2020.07.13 07:51:38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1일자로 발간한,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2020년 특별호에 게재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으로, 편집사정상 책의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0 금융 디지털 IT전략-⑧> 금융 차세대시스템, 2020년에 부는 바람 (下)

금융권에서 '차세대시스템' 사업이 갖는 의미는 여전히 각별하다. 그러나 2020년,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전략은 더 이상 과거만큼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는 순간 천지개벽이 될 것이라는 환상도 갖지 않는다. 1차적으로 ‘노후화된 시스템의 개선’ 이라는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 추진된다. 오히려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실질적으론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전략에서 그 이름이 차용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올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추진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인자는 ‘클라우드’이다. 예를들어 ▲클라우드 전환을 목적에 놓고 기존 유닉스 중심에서 x86으로의 전산플랫폼 전환 ▲AI 등이 포함된 정보계시스템의 대규모 업그레이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를 위한 비대면 채널시스템의 혁신 등이 이제는 공통적으로 차세대시스템이란 외형을 쓰고 추진되는 모습이다. 

지난 2008년~2012년 사이에 가동에 들어갔던 국내 은행, 증권 등 대형사들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대부분 현재 사용연수가 10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차세대시스템 가동연한을 10년~15년 정도로 보고 있다. 물론 지난 2009년  KRX(한국거래소)가 차세대시스템인 ‘엑스츄어’를 개통했다가 불과 3년여만에 또 다시 차기 버전인 ‘엑스츄어 플러스’ 프로젝트를 진행한 특별한 사례도 있다.

금융IT업계에서는 2019년~2021년 사이에서 차기 차세대시스템(포스트 차세대) 발주가 연달아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은행권의 경우, 상당수가 계정계를 포함한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추진 계획을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아직 계정계시스템에 대한 혁신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데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방식을 통해 비(非)핵심 업무는 외부의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면 핵심업무 중심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시스템 부하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x86/리눅스’ 조합에 대한 시스템 안정성의 확신이 설때까지는 국내 대형 금융사들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계획은 현재와 같은 유보적인 입장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도입 확산으로, 핵심업무를 제외한 부수 업무의 클라우드 전환으로 시스템 과부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는 것도 계정계를 포함한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한 금융권이 AI 등 혁신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DT)에 힘을 실으면서 당분간은 하드웨어적인 혁신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혁신에 더 집중하겠다는 기조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추진 현황

올해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업종별로 보면 은행, 증권(투자금융), 보험, 저축은행, 공금융기관 등 다양하다. 대부분 시스템 노후화에 따른 정기 업그레이드 성격을 가지나 가급적 최신 IT혁신 기술을 적용하기위한 기대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올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이슈중에선, 올해 10월로 예정된 국민은행의 ‘더 K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가동이 가장 큰 관심사다. 정보계시스템 위주의 차세대시스템 혁신만으로, 국민은행이 기존과는 확실하게 달라진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정보계의 혁신이 사실상 국내 금융권의 제2의 차세대시스템 시대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월초 설연휴를 이용해 ‘더 K 프로젝트’의 1단계로 선정한 통합단말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한 바 있다. 물론 가동 당일 오전 1시간 가량 단말 동시접속이 몰리면서 속도저하 현상이 나타나긴 했으나 가동 용량을 확대하면서 극복했다.

국민은행은 1단계 오픈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의 간소화 · 표준화를 달성했다. 특히 통합화면, 고객맞춤형 업무, 올인원 서명 & 신분증 스캔 등 사용자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또한 스크래핑을 통한 스마트 서류제출, RPA적용을 통한 단순 반복업무의 경감, UI/UX 개선을 통한 업무 편의성을 크개 개선했다.1차 오픈에 이어 국민은행은 오는 10월, 최종 그랜드 오픈을 통해 마케팅 허 브, 비대면 채널, 글로벌 플랫폼 가동에 들어간다.  

국민은행의 ‘더 K 프로젝트’외에 NH농협은행이 올해 추진하는 정보계부문 차세대시스템 추진도 관심사다. 올해 6월까지 컨설팅을 마쳤으며 농협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은행측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스템 구축 일정 및 주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농협은행의 정보계 차세대사업의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정보계시스템을 중심으로 국민은행은 차세대사업(더 K 프로젝트) 수준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더 K 프로젝트’를 입안할 2018년 당시보다 디지털 전환, 빅데이터, AI 기반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데다, 농협은행이 실제로 정보계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가는 2023년 또는 2024년의 상황까지 감안하면 더욱 시스템 스펙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보계 차세대 프로젝트 일정도 1년6개월~2년 정도 예상되는데 농협은행측은 정보계시스템의 역할이 이젠 과거에 비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예전 차세대시스템 사업때보다는 상당히 개발 범위가 넓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이용해 NH농협카드 차세대시스템을 정식 오픈했다. 농협은행은 카드 차세대시스템 운영으로 신속한 상품개발시스템 체계를 구축했으며, 비대면채널을 통한 업무처리의 효율화를 달성했다.

수협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추진 계획에도 관심이 높다. 앞서 수헙은행은 올해 4월, ‘온라인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보제공요청서(RFI)를 국내 IT서비스 업체 및 컨설팅업체를 대상으로 배포하면서 지난 2011년9월 개통했던 차세대시스템 ‘넥스트로’(Nextro)의 후속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컨설팅을 진행중이며 올해 3분기중으로 관련 전략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수협은행은 지난 2016년말 수협중앙회에서 주식회사 형태로 분리됐는데, 당시 ‘비용효율적 IT발전 전략 수립·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차기 차세대시스템 전략을 구상해왔다. 관련하여 수협은행은 ▲IT산업 메가 트렌드(Mega Trend) 대응 전략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중장기 대응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개념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추진) ▲비용효율적 IT개발/운영(현업지원 강화를 위한 BRM 조직 역할 확대, IT자체개발 프로젝트 대상 식별 및 개발 역량 강화) 전략을 중점 검토해왔다. 이 중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대응을 위해 올해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것이다. 

수협은행은 지금보다 트랜잭션 처리용량의 획기적 개선을 포함한 코어뱅킹시스템 아키텍처의 고도화와 함께 안정적인 온라인 처리를 위한 시스템 성능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최근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신기술 및 아키텍처를 적용하겠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수협은행도 x86/리눅스 기반으로 주전산시스템 환경을 교체할 것인지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컨설팅 과정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한다. 유닉스에서 리눅스 전환(U2L)을 포함한 클라우드 방향성도 컨설팅에 포함됐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의 제주은행은 올해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통해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을 x86 기반의 리눅스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제주은행의 차세대시스템은 오는 2021년 오픈을 목표로 진행중이며, 향후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하드웨어 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은행의 차세대 사업이 다른 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개발 기간과 비교해 비교적 짧은 것은 같은 별도의 개발작업없이 그룹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기존 계정계, 정보계, 채널 및 단위시스템을 그대로 복제, 이전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제주은행은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통해, 통합 고객 기반의 싱글뷰 확보, 비대면 채널 강화 등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뱅킹 시대에 맞춰 개인별 맞춤형 상품 개발과 이를 위한 데이터 분석 기반도 마련하게 된다. 한편으론 제주은행의 x86기반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례는 향후 신한은행이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계정계시스템의 U2L을 실행에 옮길 경우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 2차 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역시 씨티은행도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의 기간계(주전산)시스템을 x86/리눅스 기반으로 전환한다. 1단계 사업인 기업·커머셜 서비스 부문은 2021년까지 진행되며, 2단계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코어뱅킹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예비심사를 통과한 토스뱅크는 본영업에 나서기위해선 그에 앞서 본인가 획득을 위한 물적 설비 요건인 전산시스템을 갖춰야한다. 토스뱅크는 전산시스템 구축 시간을 가급적 절약하기위해 별도의 업무시스템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기존에 검증된 시스템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다. 이는 앞서 카카오뱅크가 채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토스뱅크는 전북은행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계정계와 정보계시스템을 기본 뼈대를 구축하고, 채널계시스템은 자체 인력으로 구축한다. 2021년7월을 가동 목표로 전산시스템 구축을 진행중인 토스뱅크는 LG CNS를 주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2018년11월부터 착수한 차세대 회계·결제시스템 구축 사업은 올해 12월 가동 목표를 올 하반기에 막바지 피치를 올린다. 한은 금융망과 한국은행의 내부 회계시스템을 분리, 재구축하는 이 사업을 통해 한국은행은 고유 업무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거래, 회계처리 등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정보의 데이터웨어하우스(DW) 구축을 통해 결제행태, 자금흐름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금융시장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역량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전산시스템 환경도 획기적으로 전환한다. 한국은행은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 메인프레임(IBM, 코볼)환경에서 자바(JAVA) 기반의 개방형시스템으로 전환한다.   

금융공기업중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추진하는 340억원 규모의 차세대 정보시스템 2단계 사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2021년 4월 가동을 목표로 추진중이 이 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가동된 노후화된 전산시스템 환경에서 탈피, 4차 산업혁명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신기술 기반 주택금융 업무혁신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주택금융공사는 2019년 12월, IBK시스템(대표 김주원)을 이 사업의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IBK시스템은 1단계 사업이었던 분석 및 설계 사업자 선정에 이어 뛰어난 기술력을 증명함으로써 이번 시스템 구축사업까지 따냈다. 그동안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시장에서 금융IT자회사들의 역할은 국내 대형 IT서비스 기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세했는데, 이번 IBK시스템의 독자적인 대형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수주는 그 의미가 크다. IBK시스템은 과거 2014년 기업은행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차세대시스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실력을 쌓았으며, 특히 캐피탈업계에서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경험과 기술력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2단계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통해 핵심 업무시스템(정책모기지, 유동화, 주택보증, 주택연금)은 금융기관에 플랫폼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단위 업무별 프로세스 재설계 및 UI/UX의 획기적 개선에 나선다. UX·UI 고도화 및 표준관리, 통합업무 단말 설계 및 개발 ▲유동화, 정책모기지, 주택보증, 주택연금, 회계, 예산 등 핵심 업무시스템 개발 ▲인터넷·모바일뱅킹, 인터넷업무시스템 등 고객채널시스템 개발 등이 주요 개발 과제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사업 못지않게 2021년 7월 새롭게 통합법인으로 출범하게될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의 IT통합 사업이 주목된다. 1400억원 규모 달하는 이 IT통합 사업에선 기존 신한생명 계정계시스템을 중심으로 IT통합이 이뤄지게된다. 과거 외환-하나은행의 IT통합 사례에서 보듯이 단순히 물리적 통합에 그치지않고 차세대시스템에 준하는 다양한 부문에서 시스템 성능 업그레이드가 전반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케이손해보험은 차세대시스템 추진도 관심사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하나금융이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건을 승인했다. 하나금융측은 인구 고령화와 언택트 시대의 도래 등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해 더케이손해보험을 디지털 종합손해보험사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을 넘나드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 및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등 그룹 관계사들과 다각적인 금융시너지도 창출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차세대시스템으로 보강될 IT지원 전략이 관심사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OK저축은행이 2020년6월 가동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OK저축은행은 리눅스-자바 프레임워크, 쿠버네티스 기반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 구현을 지향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계열의 KB저축은행도 300억원 규모 차세대시스템을 발주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캐피털업게에서는 NH농협캐피탈이 지난 2009년 이후부터 가동에 들어간 기존 전산시스템을 교체하기위해 올해 새롭게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농협캐피탈은 업무공통, 고객, 상품, 물건/담보, 영업, 여신관리(견적/상담), 여신관리(계약/실행), 여신관리(실행사후관리), 청구/수납, 채권, 리스크, 총무, 내부통제, 재무관리, 시너지 관리, 데이터 분석, 고객채널(콜센터), 보고서, 대내채널 재개발을 주요 개발 요건으로 확정했다. 

BNK금융그룹 계열의 BNK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정보계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진행했다. 고객 빅데이터 분석, 비정형 데이터분석 등 데이터 혁신을 중심으로 한 정보계 개편에 중점을 뒀다. BNK시스템은 이번 시스템을 통해 소매, 자동차(AUTO), 리스, 렌탈, 기업금융, 해외사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와 시장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BNK캐피탈은 ▲사용자 중심 비정형 데이터 산출, 분석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 ▲데이터 마트와 대쉬보드를 활용하여 사용자 편의성과 생산성 향상 ▲실시간 마케팅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 ▲계정계(영업지원)에서 정보성 업무 분리를 통한 계정계 시스템 슬림화 등을 꾀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올해 18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2단계 사업에 나선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이 핵심으로, 2021년7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위해 크로센트-두비스-한국클라우드사업협동조합 컨소시엄을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한화생명, 클라우드 방식 ‘코어 시스템’ 운영… 파격
 
2022년2월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한화생명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보험코어(Core Insurance)시스템을 사실상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 가동할 수 있도록 전략적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는 ‘파격’때문이다. 은행으로 치면, 계정게 및 정보계시스템을 사용한만큼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은행 등 대형사들은 ‘하이브리드(Hybrid) 클라우드’ 방식이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중요 기간업무는 ‘온프레미스’로, 비중요업무는 외부 IT기업의 퍼블릭 클라우드로 나눠 혼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준에 비춰봤을 때 한화생명의 선택은 분명히 더 진일보한 선택이다. 한화생명은 클라우드 사업자로 국산 토종 클라우드사업자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이하 NBP)를 올해 4월 선정했다. NBP는 한화생명의 보험코어시스템에 자사의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으로 구축한다. 

한화생명의 차세대시스템(보험코어시스템)사업은 지난 17년간 운영해 온 핵심업무의 개선뿐만 아니라 향후의 혁신까지도 지원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한화생명의 차세대시스템 주사업자는 한화그룹 IT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이다. 한화생명은 앞서 2019년에 9개월 동안 진행된 보험코어 1단계에 이어 올해 4월부터 향후 2년간 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한화생명은 기존 '온프레미스' 보험코어시스템의 인프라를 앞으로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동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로 구축하며, 개발 기간뿐만 아니라 구축 이후 인프라 운영도 NBP에서 책임지고 지원한다. 

NBP는 향후 보험코어시스템의 유연한 확장을 위하여 데이터센터 내 증설과 함께, 퍼블릭 클라우드인 네이버 금융 클라우드존으로의 확장성도 제공할 계획이다. 모든 인프라는 서비스레벨협약(SLA)과 금융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에 따른 제반 사항을 준수했다.

한화생명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간계 업무 전체를 MSA(Micro Service Architecture)기반의 컨테이너 환경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애자일 업무 단위별로 나누어 개발하고, 이를 배포 및 관리할 수 있는 데브옵스(DevOps) 환경으로 진행함으로써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구조적 개선에 주안점을 두었다.

NBP는 한화생명 보험코어시스템이 미래 비즈니스의 요구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화생명 데이터센터 내에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상품인 'Neurocloud'와 온프레미스 환경의 DB 이중화 무중단 서비스를 구축 및 운영했다. 'Neurocloud'는 NBP의 금융 클라우드 센터에서 운영중인 검증된 표준 장비와 솔루션을 기반으로 구성됐으며 전용 관리망을 통해 NBP가 소프트웨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및 관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신기술 수용 및 국내 금융 규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한편 NBP는 AWS와 MS 등 쟁쟁한 해외사업자와의 경쟁에 한화생명의 선택을 받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화생명이 단순히 NBP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화생명 데이터센터 내에 NBP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금융업무의 특성 상, 자사 데이터센터의 방화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 금융 규제가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무턱대로 클라우드 사업자의 서비스를 그대로 쓰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한화생명이 택한 방식은 NBP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동일한 인프라(플랫폼)을 자사 데이터센터에 구축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였다. 

NBP가 제시한 한화생명에 제시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 구축의 핵심인 'Neurocloud' 상품은, 중요 데이터와 핵심 서비스의 보안을 위해 고객사 데이터센터내에 전용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NBP의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설치해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퍼블릭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의 장점을 동시에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 NBP의 설명이다.

물론 이는 NBP만의 차별화된 옵션은 아니다. 이미 국내외 사업자들은 이를 위해 자사의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와 동일한 플랫폼을 고객 데이터센터에 구축하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MS의 애저스택, AWS의 아웃포스트, 오라클의 OCC(오라클 클라우드@커스터머)와 같은 솔루션이 있다. 개별회사마다 구축 방식이나 모델 등 약간씩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 개념은 비슷하다. NBP는 하드웨어 규격에서부터 모든 서비스를 동일하게 구축해 마치 NBP의 또 다른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리전)처럼 제공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계약관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금 역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유사한 페이 애즈 유 고(Pay as you go) 방식으로 제공된다. 기존 레거시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비용구조로 바뀌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NBP는 한화생명이라는 대어(大魚)를 낚아 금융은 물론 그동안 AWS 등 외산이 초강세를 보여온 국내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적극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jyp@ddaily.co.kr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