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거대한 플랫폼” 집단 창의력에서 혁신 쏟아져

이대호 2015.04.15 09:41:45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실리콘밸리는 IT산업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이 연결돼 형성된 거대한 플랫폼이다. 그 속에서 한두 사람이 똑똑해서 만들어지는 혁신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 창의력을 발휘한 결과다.”(윤종영 타오스 IT 컨설턴트)

“혁신을 만드는 요소에 ‘모방’과 ‘실험’이 있다. 의외로 모방에 대해 혁신이 아니라 베끼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페이스북도 페이스매시(Facemash)로 시작했다. 2000년에 나온 ‘Am I Hot or Not’ 서비스를 대학에 적용한 게 페이스매시다.”(권기태 브로드컴 수석 IC 디자인 엔지니어)

지난 14일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개최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서 혁신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이 공유됐다. 실리콘밸리에 몸담고 있는 한국인들이 그곳에서 경험한 문화를 전달했다.

이날 컨퍼런스 마지막 발표에 나선 윤종영 타오스 IT 컨설턴트는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등 실리콘밸리의 수십개의 다양한 업체에서 15년 이상 컨설팅 업무를 진행한 인물이다. 그는 현지 한국인들의 커뮤니티인 케이그룹(K-Group)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윤 컨설턴트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오해를 푸는 시간을 마련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한두 명의 똑똑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집단 창의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거대한 플랫폼”이라고 정의한 뒤 “IT산업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집단 창의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인본주의가 있다. 결코 돈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신입도 자신이 리더라고 생각하고 모든 사람이 같이 움직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윤 컨설턴트는 실리콘밸리에 정년이 없어 인력 적체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오해에 “우리나라 IT산업에서 안타까운 것은 기술을 가진 분들이 연차 올라가면서 관리직이나 다른 곳으로 가는데 그러면 전문성이 없어진다”며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엔지니어가 그 기술과 전문성을 가지고 계속 발전하는 것에 있다. 전체 산업 파이를 키운다. 70세에 코딩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질문을 제시하고 답을 하면서 실리콘밸리에 대한 궁금증들을 풀어갔다. 대표적인 질문과 답을 보면 ▲‘실리콘밸리의 모두가 돈을 많이 번다?’(굉장히 현지 물가가 비싸 남는 게 많지 않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모든 회사가 멋진 시설과 복지를 제공한다?’(그렇지 않다, 열악한 환경의 회사가 훨씬 많다) ▲‘실리콘밸리에선 누구나 창업을 한다?(대부분 기업체에서 일하고 자신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일부 사람들이 창업에 나선다) ▲사람들이 모두 나이스하다?(회의할 때 많이 싸운다, 투쟁의 연속이다, 싸워서 이기고 설득시켜야 한다) 등이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권기태 브로드컴 수석 IC 디자인 엔지니어(전 인피니윙 설립자)도 혁신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꺼내 놨다.

권 엔지니어는 스타트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혁신 중 하나로 ‘모방’(이미테이션)을 꼽았다. 작은 부분이라도 깊게 이해하고 발전시킨다면 혁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페이스매시(Am I Hot or Not 서비스 모방)에 이어 사례로 든 아도니트 조트(Adonit Jot) 스타일러스펜의 경우 정교한 터치를 위해 터치 포인트를 볼 수 있도록 펜촉 부분에 투명한 힌지를 단 것이 크게 성공했다. 이는 앞서 나온 스타일러스펜을 모방해 더욱 발전시킨 대표적 혁신 사례로 꼽힌다.

또 권 엔지니어는 ‘실험’을 강조했다. 가볍게 접근하는데서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손바닥 크기의 초소형 PC로 유명한 라즈베리파이도 처음엔 쉽게 장난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했다. 그는 “라즈베리파이는 당초 1000대 판매를 목표했으나 1년만에 100만대를 팔고 얼마 전 500만대를 넘겼다”며 “순진하게 접근한 것이 엄청난 비즈니스가 됐다”고 말했다.

애플이 새 개발언어 스위프트를 내놓자 한 개발자가 온라인 비디오사이트에 강의를 올려 유명해진 사례도 언급됐다. 권 엔지니어는 “자기가 마스터하고 가르친 게 아니라 챕터 하나를 공부하고 복습하는 방식으로 예제를 넣어 가르친 것이 한달에 6만6000달러를 버는 비즈니스가 됐다”며 “자본 없이 성공한 사례로 워낙 (기존에 강의) 리소스가 없어서 유명해진 경우”라고 말했다.

액션캠으로 유명한 ‘고프로’도 창업자가 자신이 서핑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기존 카메라를 개조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6조원 가치의 기업이 됐다.

권 엔지니어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알고 들어가면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실패비용보다 기회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