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온실가스배출거래⑤] 배출권 할당 기준 명확하게…업계, 타당한 규제완화 요구

한주엽 2014.07.14 14:17:37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일 기업들로부터 접수한 규제 개혁 과제 1300여건을 검토해 이 가운데 628건의 개선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821페이지 분량의 이 건의안에는 기술과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황당한 규제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자동차 정비 업자가 정비내역서를 종이로 보관해야 한다거나, 휴대폰 가입자식별모듈(USIM) 칩의 장착 방법으로 ‘삽입’만을 강제하는 규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기록 시스템을 갖춘 상황에서 종이 서류 보관은 필요치 않다. USIM칩을 장착할 때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는 규제는 소형화·경량화가 필수적인 웨어러블 기기 디자인 구현 시 제약이 발생한다.

전경련이 정부에 제출한 건의안에는 이처럼 과거에 만들어진 황당한 규제는 물론 내년부터 시행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산업계는 그간 간접배출에 따른 이중규제, 과소평가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로 인한 기업 부담 증가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에 시행안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경제계 일각에선 교토의정서 체제가 사실상 와해된 상태이고 미국, 일본, 중국도 국가 단위의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며 시행 시기 자체를 신 기후체제가 정립되는 2020년 이후로 연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산업계가 정부에 건의한 배출권 거래제에 관한 규제 개선안을 살펴본다.

1.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기준 명확화

정부는 ▲배출권 수요 ▲조기감축실적 ▲형평성 ▲온실가스 감축 기술 수준 및 국제경쟁력 ▲시설투자 등이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를 고려해 각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한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기술 수준 및 국제경쟁력’과 ‘시설투자 등이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 항목은 판단 기준이 모호해 주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산업계의 생각이다. 이처럼 모호한 항목은 없애고 배출권 수요나 조기감축실적 등 객관적으로 수치화 및 점수화 가능한 항목만 포함해야 한다고 산업계는 주장했다.

2. 비슷한 보고서 두 장을 한 장으로

각 기업들은 온실가스 명세서 및 이행실적서를 매년 3월 31일까지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두 보고서 양식과 데이터(전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과제 실적)는 거의 동일하며 동일기관, 동일기한에 각각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비효율성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명세서 및 이행실적서를 어느 한 양식으로 일원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 일부 업종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 목표 완화

산업계는 일부 업종이 그 특성상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주장한다.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업종이 대표적이다. 석유화학 업종의 에너지 효율은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어 공장 가동을 축소시키는 것 외에는 규제 준수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A사의 경우 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만6411톤CO₂였고, 생산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 2014년에는 배출량을 20만245톤CO₂로 줄여야 한다. 디스플레이 업종은 더하다. 정부는 6대 온실가스로 지정된 육불화황(SF6) 분해설비 도입 및 효율개선을 통해 2020년까지 2477만톤CO₂를 감축하고 공통기기(건조기・전동기・보일러 등) 효율개선으로 300만톤CO₂을 추가 감축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디스플레이 업종의 2020년 BAU 대비 39.5% 수준의 감축률(국내 총 감축률 목표는 30%)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은 지 10년 이상 된 5세대 이하 라인에서는 부지 부족 및 설비 하중을 견디지 못한다는 이유로 SF6 저감설비 구축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동기기 감축량도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진단 결과 2010년 설비 기준 A사의 잠재 감축량은 연간 5만톤CO₂에 그친다. 정부가 지시한 감축량(300만톤)은 과도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업종은 각각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목표 제시해줄 것과 공정 및 에너지 부문 감축비율을 조정해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4. 배출량 추가할당 신청기준 완화

기업이 예상하지 못한 품목을 새로 생산한다거나 사업 계획 변경 등으로 기존 계획 대비 배출량이 초과할 경우 정부에 추가 할당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초과 배출 기준이 ‘30% 이상’이어서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배출권을 사서 써야 한다. 제법 규모가 있는 대기업이 사전에 계획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초과할 만큼 ‘예상치 못한’ 투자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배출권 추가할당 기준인 30% 이상을 10%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보다 현실적인 안을 건의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