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온실가스배출거래③] 배출권 거래제는 ‘CO₂세금’…정부 계산법도 엉터리

한주엽 2014.07.10 17:05:23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을 정부가 할당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부족한 배출권을 사서 쓰는 제도다. A 기업이 100톤의 배출권을 할당받았고 실제 배출한 온실가스량이 110톤이라면, B기업에서 배출권 10톤을 사와야 한다.

할당량 대비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면 다른 기업에 남은 배출권을 팔 수는 있다. 그러나 배출권 총 수량이 비현실적으로 적은 탓에 실제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은 전무할 것이라고 산업계는 분석한다. 유럽연합(EU)의 2010년 배출권 평균 톤당 가격은 약 2만1000원이었다. 국내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총 수량이 현저히 적은데다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 관리를 위해 확보된 예비분 규모도 크지 않아 EU 가격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내년부터 반드시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를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환경부 배포 자료의 계산법도 엉터리다. 논란이 되고 있는 3가지 쟁점을 정리한다.

1. 줄어든 2020년 BAU… 산업계 전망과 격차 커져

2009년 당시 정부가 예상한 2020년 온실가스 BAU는 8억1300만톤CO₂였다. 여기서 30%, 즉 2억4390만톤CO₂를 줄이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28일 환경부 발표 자료(국가 온실가스 감축, 2020년 로드맵 마련)에선 2020년 BAU가 7억7600만톤CO₂로 줄어들었다. BAU가 바뀐 이유는 환경부가 조사를 다시 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작년 5월부터 10월까지 외부전문가 검토회의 등을 거쳐 BAU와 부문별 감축량을 변경했다. 환경부 측은 산정방법론의 변경으로 재계산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절대 BAU가 변경된 만큼 산업계의 혼란을 야기시켰다. 특히 BAU 절대량이 감소돼 전체 산업계 입장에선 부담만 더 늘어나게 됐다. 전경련 등 산업단체들은 2020년 BAU를 8억9900만톤CO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 BAU와 15% 이상 차이가 있는 것이다.

2. 목표 배출량 대비 현저히 적은 배출권 할당량

산업계 입장을 배제하고 정부안 그대로 간다 하더라도 계산이 안 된다. 환경부는 바뀐 BAU에 맞춰 각 업종별 감축률을 정했다. 당장 배출권 거래제가 실시되는 내년 우리나라의 총 BAU는 7억900만톤CO다. 감축률 목표는 10%. 7120만톤CO를 감축해야 한다. 절대 목표 배출량은 6억3780만톤CO다. 그런데 배출권으로 할당되는 총 수량은 5억5866억톤CO(5월 28일 환경부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안 자료)에 그친다. 즉, 산업계는 내년 한해에만 약 8000만톤CO에 대한 배출권 비용을 정부에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톤당 2만1000원으로 계산하면 1조6800억원에 달한다. 모자라는 배출권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3년간의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예비 배출권은 1626만톤CO 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가 예비분을 더 발행하지 않는다면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은 톤당 최대 10만원의 과징금을 낼 수 밖에 없다.

3. 업종별 배출권 할당량은 제멋대로

업종별 배출권 할당량도 제멋대로다. 배출권 할당량이 목표 배출량(BAU에서 감축률 적용) 대비 현저히 적기 때문에 산업계 전반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일부 업종은 목표 배출량 대비 할당량이 현저히 적었던 반면 오히려 과도하게 할당을 받은 업종도 있다. A업종의 경우 2015년 목표 배출량은 950만톤CO지만 할당량은 420만톤CO에 그쳤다. B업종은 목표 배출량이 2100만톤CO였으나 고작 880만톤CO만을 할당받았을 뿐이다. 반면, C업종의 목표 배출량은 3950만톤CO지만 배출권 할당량은 4276만톤CO로 높았다. D업종의 목표 배출량은 1580만톤이지만 할당량은 1953만톤CO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산업계 관계자들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가 8일과 9일 양일간 비공개로 개최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 관계부처 공동 산업계 간담회’에서 “배출권 할당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각 업체별 비밀유지를 위해 할당 근거를 공개할 수 없다”며 “개별 업체, 업체별로 환경부로 찾아와 일부 자료만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