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온실가스배출거래②] 교토의정서 휴지조각 됐는데… 기업 옥죄는 非의무감축국 한국

한주엽 2014.07.09 07:00:40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1992년 UN은 브라질 리우에서 UN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것이 이 협약의 골자다. 아울러 세계 각국은 협약에 따라 매년 당사국회의(Conference of the Parties, COP)를 열어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과 목표를 논의키로 했다.

우선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C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이 6대 온실가스로 지정됐다. 1995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제 3차 COP에선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러시아,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38개국이 2008~2012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평균 5.2%를 의무적으로 감축하자는 ‘교토의정서’를 공동 채택했다.

그러나 현재의 교토의정서는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기 전에 탈퇴했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다한 중국과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 감축 책임이 없다. 이에 반발한 일본, 러시아, 캐나다, 뉴질랜드가 모두 참여를 거부한 상태다. 지난해 연말 개최된 19차 COP에서도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당사국들은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체제를 마련하자는 합의 만을 도출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9위, OECD 국가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증가량 1위 국가다. 그러나 중국, 인도와 함께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감축국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왜 한국은 감축 의무를 지지 않느냐’는 국제 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2009년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의 3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각국이 이런저런 불만이 쏟아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였다. 환경부가 산업계 반발에도 불구,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겠다고 밀어붙이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산업계는 울상이다. 배출권 거래제가 실시되고 부족한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원가 경쟁력이 하락돼 국제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 시기도 논란이다. 왜 한국이 먼저 나서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국가 단위에서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EU 국가들과 뉴질랜드, 호주밖에 없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은 물론 교토의정서 체제를 주도한 일본도 아직 국가 단위의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와 주요 업종별 15개 협회는 지난해 연말 국무조정실과 정부 관련 부처 등에 전달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정책 추진’ 관련 공동 건의문에서 “교토의정서 체제가 선진국들의 잇따른 이탈로 사실상 와해돼 실효성 없는 상징적 체제로 전락했다”며 “2015년 시행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가 도입될 때까지 시행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득불 내년부터 배출권 거래제가 실시되더라도 배출 총량에 대한 재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당시 2010년 6억4400만톤CO2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배출량은 이보다 5.8% 많은 6억6900만톤CO2였다. 2012년 실제 배출량도 7억190만톤CO2로 정부 예측치(6억7400만t) 대비 4.1% 초과했다. 2020년 배출량 예측치(8억1300만톤) 또한 빗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지난 5월 환경부 주최로 열린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 공청회’에서 “정부의 배출권 할당 계획안은 2009년에 과소전망된 BAU를 적용해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재 계획대로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산업계는 1차 계획기간인 3년 동안 최대 28조5000억원 추가부담이 발생해 생산과 고용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